국민여동생이란 칭호를 가진 영화배우 문근영이 시각장애인으로 나오는 영화라고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올 초부터 홍보했다. 문근영 팬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시각장애여성에 대한 인식에 더 나가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했었다.

그래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가 영화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봤다. 영화란 사람을 웃기던가 아니면 울리든가 그것도 아니면 가슴이 답답하든가 뭔가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이런 영화 따윈 필요 없어’라고 휴지통에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 영화는 호스트 바에서 일하는 줄리앙(김주혁)이 사채업자한테 진 빚 28억 원을 갚기 위해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재벌 상속녀 류민(문근영)의 오빠 류진 행세를 하며 류민을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화니까 그런 설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스토리 전개에 있다. 이 영화는 앞을 볼 수 없는 여자를 어떻게 하면 속일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듯 했다. 류민을 딸처럼 돌보는 김 선생이란 존재 역시 시각장애 상속녀의 재산을 노리고 있고 돌아가신 류민의 아버지를 대신해서 회사를 맡고 있는 오대표 역시 그녀와 정략결혼을 해서 재산을 차지하려고 하고 있다.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혼인신고를 하려고 서류를 꾸미면서 김 선생은 “어차피 보지 못하는 아이니까”라고 말한다.

시각장애인은 서류를 보지 못하니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시각장애인은 생명 또한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류민이 뇌종양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하는데 김 선생과 오대표가 수술을 하지 못하게 해서 치료 시기를 놓쳐 6개월 밖에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줄리앙도 그녀 곁을 맴돌며 류민을 죽일 기회만 노린다. 먹으면 죽는 약까지 그녀에게 주면서 류민이 죽어주기만을 바란다.

영화의 극적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제작진들은 말할 것이다. 하지만 재미삼아 던진 돌 때문에 죽는 개구리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 예술의 자유 측면에서 재미삼아 던진 돌도 이해를 한다손치더라도 그렇게 맞은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사랑 따윈 필요 없어’는 주인공만 시각장애인으로 만들었지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먹은 접시를 치우라는 가짜 오빠의 말에 류민은 접시를 가져가다 떨어트리면서 “이거 봐 장애인은 아무 것도 못해‘ 라고 외친다. 그리고 거리로 혼자 나가서 길을 물어보는 장면도 엉터리다. 마치 ‘한 푼만 줍쇼’하는 식으로 허공에 꾸벅 인사를 하면서 ‘도와주세요. 제게 길을 가르쳐 주세요’라고 애걸을 한다.

이 영화는 류민이 줄리앙을 만나 재활을 하는 과정을 그렸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되고, 장애와 환경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줬어야 한다.

사실 이 영화의 주제도 사랑 따윈 필요 없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 때문에 처절한 결말을 맺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주제가 감동적으로 드러나질 못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제작진들이 시각장애를 하나의 극적인 장치로만 보았지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연기 변신은커녕 개성 없는 연기가 오히려 문근영의 연기력을 평가절하시켰다.

장애인을 등장시키는 영화가 앞으로도 제작될 텐데 그런 장애인 영화의 필수 요건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라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 관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고 그래야 영화가 사회에 공헌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아무 표정이 없었다. 장애인석에 앉아있는 나를 힐금 힐금 쳐다보며 나갈 뿐이었다.

영화에 장애인이 등장하면 오히려 장애인들의 마음만 아프게 하는 것 같아 한국 영화가 아직도 멀었다는 한국영화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우리나라 장애인 인식의 현실이란 사실에 기분이 씁쓸하다.

*이 글은 솟대문학 발행인이자 KBS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방귀희님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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