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센터 데스크에서 방문 목적을 알리고 있는 룸미팀. ⓒ양현주

9월 1일. 좌충우돌 룸미팀이 오늘 방문한 곳은 바로 뉴욕대학(NYU, New York University)의 모스센터(Moss center)이다. 모스 센터는 뉴욕대학의 장애인 학생의 학업 및 학교생활을 도와주는 곳이다.

뉴욕 대학에는 따로 캠퍼스가 없다. 대신 각 건물에 횃불을 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그려진, 뉴욕대학의 상징인 깃발이 걸려있다. 곳곳에 깃발이 걸려 있는 것을 본 나래의 넋 빠진 표정에 ‘설마 다 돌아봐야하나?’ 라는 말이 써져있다. 다행히 건물에 지도가 있어서 모스센터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모스 센터에 도착한 룸미팀은 모스센터의 디렉터 로빈 와이스(Robyn Weiss)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룸미팀이 로빈과 진행한 인터뷰.

룸미팀 : 뉴욕 대학에는 몇 명의 장애인 학생이 있나요?

로빈 : 3,000명이 넘는 장애인 학생이 있습니다.

룸미팀 : 저희 학교인 충북대학교에서는 이곳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애지원센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장애인 학생과 이들을 도와주는 비장애인 학생들과의 모임과 행사를 열어 친목을 다지고, 장애학생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이곳에도 그와 같은 모임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로빈 : 뉴욕대학에는 3,000명이 넘는 장애인 학생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주체가 되어 900개 이상의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장애인 학생들이 친목을 다질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룸미팀 : 장애인 학생이 상당히 많네요. 그럼 그들이 수업을 하는데 있어 모스센터에서는 무엇을 지원해 주는지 알고 싶습니다.

로빈 : 뉴욕대학에는 오래된 건물도 적잖이 있습니다. 모든 건물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건물 이동이 어려운 지체장애인 학생의 경우 저희들이 건물 이동을 도와줍니다. 휠체어이동 및 계단 이용 시에는 업거나 안아서 이동을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장애인 학생이 이용하기 쉽도록 강의실의 위치를 바꿔줍니다. 그리고 시각 장애인 학생에게는 대필·녹음·점자책을 이용한 수업 도움이 이루어집니다.

청각장애인 학생에게도 역시 대필·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비장애인 학생의 노트를 빌려줘 수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장애인 학생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기숙사에서도 많은 도움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룸미팀 : 그럼 상당히 많은 수의 봉사 인원이 필요하겠네요. 저희 센터에서는 봉사자의 수가 적어서 가끔 곤란할 때가 있었거든요.

로빈 : 장애 학생을 도와주는 센터는 모스센터 말고도 다른 센터들이 있습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센터 역시 장애인 학생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굳이 봉사라는 개념보다는 하나의 ‘직업’이나 ‘파트 타임 잡’(Part time job)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정당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지요.

로빈과의 대화가 끝난 후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 증정식이 이루어졌다.이렇게 모스센터 방문이 끝났다.

건물에서 나온 나래의 표정이 좀 심각하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현주가 넌지시 나래에게 무엇이 불편한지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나래는 많이 놀랐다고 답한다.

장애 학생을 위하여 강의실을 바꿔준다는 이곳의 장애 학생들이 많이 부럽다고 한다. 현주 역시 로빈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나래 옆에서 가장 가까이, 오랫동안 지켜봐온 현주는 강의실 문제로 나래가 얼마나 많이 힘들어했었는지 잘 알고 있다. 많은 생각 중인지 나래의 표정이 쉽사리 풀리지가 않는다.

모스센터의 디렉터 로빈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한국에서 갖고 간 선물을 증정했다. ⓒ양현주

센터 방문 후 뉴욕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과 점심식사를 했다. 언니의 안내에 따라서 강의실과 도서관에 방문해봤다. 하지만 뉴욕대학 학생이 아닌지라 그리 많은 곳을 들어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은 룸미팀은 뉴욕 가이드 투어에 참여했다.

카드가 없으면 들어갈수 없지만 게스트 카드(guest card)로 해결! ⓒ양현주

뉴욕대학 카페에서 대학원생 상희씨와 한 컷. ⓒ양현주

너무 맛깔스럽게 말을 잘해주는 가이드 언니를 따라 강의실, 도서관, 기숙사, 카페 등 여러 곳을 투어 할 수 있었다. 강의실은 한국의 여느 강의실과는 다른 자유스러움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강의실도 넓어서 나래의 휠체어가 돌아다니기에 너무나도 편했다. 우리학교 강의실은 나래의 휠체어가 이동하는데 너무 좁아서 나래는 항상 맨 앞자리 아니면 맨 뒷자리에서 앉아야했었다. 하지만 이곳의 강의실은 넓을 뿐만 아니라 교탁의 위치는 높지 않아 나래와 교수님과의 눈높이 역시 적당했다. 도서관은 너무나도 넓고 멋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은 뒷전으로 나래의 눈은 도서관 내부를 정신없이 훑고 있었다. 현주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이어지는 투어에서는 기숙사를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기숙사는 2인 1실이었고 각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있었다. 딱히 장애 학생을 위한 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래가 생활하기에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보였다. 푹신한 침대의 감촉에 현주는 마음을 빼앗긴 듯싶다. 그리고 각 건물마다 있는 카페는 여유롭고 차분하며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나래가 자신의 장애에 인한 어려움, 한계에 대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제공되는 환경을 옆에서 지켜본 현주의 놀란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듯싶다.

뉴욕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고, 수업이 끝난 후 도서관에 들려서 자료를 찾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다가, 좀 피곤해지면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공원에 가서 머리를 식히던지 아니면 카페에 가서 차 한 잔 하고, 저녁때 기숙사에 들어가서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룸미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 날이 멀지 않기를 바라며, 룸미팀의 좌충우돌 뉴욕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다.

진지하게 뉴욕대 학생의 가이드를 듣는 나래. ⓒ양현주

*이 글은 2009 장애청년드림팀 뉴욕팀의 팀원 양현주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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