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이모티콘(emoticon)의 40번째 생일이었다고 한다.

이모티콘을 순우리말로 하면 ‘그림문자’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모티콘은 ‘감정’을 의미하는 영어 ‘emotion’과 ‘유사기호’를 의미하는 ‘icon’을 합쳐서 만든 말로, 아스키 문자를 이용하여 감정을 표시하는 기호들을 말한다.

채팅과 이메일, 인터넷 게시판,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메시지가 보편화 되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하여 만든 그림 문자.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휴대폰 사용이 일상화된 현재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큰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전 선사시대 동굴벽화를 이모티콘의 시초로 보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있긴 하지만, 이모티콘의 탄생은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스콧 팰만 교수가 1982년 9월 19일 오전 11시 44분에 전자게시판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하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어, 9월 19일이 이모티콘의 생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팰만 교수 이전에도 이모티콘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한 상형문자에는 심장을 지금의 하트 모양으로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문학 비평가 레비 스탈은 1648년 영국 시인 로버트 헤릭이 이모티콘을 시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1862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링컨 대통령의 연설문 속 ;) 문양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이모티콘으로 봐야 한단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불특정 다수가 직관적으로 뜻을 이해하고 공유한다는 현재의 이모티콘의 개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집트의 하트 성형문자가 이모티콘보단 하나의 상징(symbol)으로 읽히는 이유다. 1963년 미국의 예술가 하비 볼이 디자인한 노란 얼굴의 웃는 얼굴도 상징에 가깝다.

이모티콘의 등장으로 문자가 가진 감정 전달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사용된 이모티콘은 ^^과 -_-이라고 전해지며, PC통신 초창기의 하이텔과 천리안에서 사용한 것이 그 기원으로,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엔 네이트 *이나 MS* 메신저에서 특정 키워드를 치면 클립아트로 변환되어 나오는 그것도 이모티콘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문자의 조합만을 이모티콘으로 인정하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이후, 카카오*이 대중화되고 나서는 특정 키워드를 클립아트로 치환하는 방식이 이모티콘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이모티콘의 급속한 확산에는 긍정적인 측면만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모티콘 이전 인터넷의 등장 이후 ‘한글 파괴’에 대한 지적은 늘 끊이지 않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맞춤법을 뛰어 넘는 한글 파괴 현상이 크게 확산된 데는 SNS가 기폭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하게 일상화된 이모티콘은 장애인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장애인의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의 활용에 있어서 간단하거나, 일상적인 내용의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이모티콘‘ 활용이다.

예를 들어, 선천적 혹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상지 기능의 장애가 있는 사용자‘의 경우 그 해결책 또는 보완하는 방법으로 자주 고려되는 방안이 바로 터치(touch) 횟수의 최소화’ 인데,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방안 즉, 터치를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모티콘을 이용한 문장의 작성이 유효한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모티콘의 미래는 과거에 키보드로 단순히 기쁨, 혹은 슬픈 표정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원시적인 형태에서 시작해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현재 사용자들은 조깅하는 사람의 이미지 아이콘을 통해 자신이 운동을 계획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는데, 이렇듯 이모티콘을 사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가족, 동물, 음식 등도 표현할 수 있다. 이모티콘을 늘어 놓는 것만으로 자신만의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몇 해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의 수업에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하고 있다고 하며, 최근에는 발달장애인들이나 치매 환자 등 글자 이해에 어려운 사람들의 경우 처방받은 약의 복용 방법을 이해하고 기억하는데 어려움을 고려하여, 문자 대신 이모티콘으로 복약 과정을 설명한 ‘그림 약 봉투’를 제작 배포한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원주 지역의 지구대 및 파출소에 비치된 의사소통도움 그림·글자판은 범죄에 노출되어 피해가 발생하거나 신고 또는 진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어적 제약이 있어도 AAC 그림·글자판을 활용해 경찰과 대화 시 도움과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의사소통 도구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였으며, 화성시의 경우, 일부 지역의 약국과 관공서에 ‘의사소통 소통 그림판’을 설치 활용 중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례들은 이모티콘 활용의 확장성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모티콘의 장애인에 대한 적용의 다른 예로, ‘보완대체 의사소통: AAC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의 접목에도 그 영역의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완대체 의사소통 시스탬’의 궁국적인 목적은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환경 내에서 사용자 자신의 의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하게 이점과 우려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장애인의 이모티콘 이용방안’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및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김경식 이사가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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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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