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최대 게임 축제에 대한 광고를 접하였다.

사실 나는 게임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장애로 인해 상지의 동작이 불편해 민첩한 동작을 요하는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어 즐거움을 추구하려던 게임이 오히려 스트레스 배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대 시절 한참 유행이던 스타크***게임을 못하면 시쳇말로 ‘왕따’를 당한다고 할 만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도 서툰 내 손가락을 탓하며 ‘왕따’를 받아들였었다.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 시대’가 도래하였을 때도 관심은 많으나 서투른 이른바 ‘게임 주변인’ 처지를 자처했었다.

그러다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전공자로 학습과 연구를 하게 되면서 게임에 대해서도 접근성 보장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장애 당사자의 관점에서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게임 접근성’ 부분에서 장애 유형별 ‘게임 접근성 항목’의 설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세부 설정이 미비하게 느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PC나 휴대폰에서처럼 ‘고대비 테마 사용’기능을 이용해 흑백의 반전 화면 기능을 활용하여 저시력자나 잔존시력이 있는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PC나 태블릿에서의 ‘마우스 속도 조절 기능’ 처럼 게임의 진행 속도 또는 반응속도를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면 게임의 수준조절이 가능해지거나, 단순한 터치와 그 반응속도 등의 일반적인 입력 수단을 포함한 대체 수단이 제공된다면 게임에 대한 흥미 유발과 이를 통한 게임 이용 증가로 이어지리라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거의 대부분 한 손이나 양손을 주로 사용하여 미세한 조작이나 민감도를 요구하는 게임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이스틱이나 패드, 비장애인용 키보드와 마우스 등은 장애인에게는 게임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 앞서 필자의 경우처럼 ‘게임 주변인’이 되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에 일반적인 PC나 모바일 게임을 넘어서 전용 콘솔을 통해 단순한 동작 이외에 게임 이용자가 시청각을 동원하는 수용방식을 통해 버튼, 마우스, 조이스틱 등 인터페이스를 통해 입력이라는 추가적인 과정까지 요구하는 디지털 게임은 여러모로 다른 매체에 비해 장애인 사용자의 접근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다.

게임 업계와 관련 제작자들 또한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게임 접근성 가이드 라인을 들 수 있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IGDA) 지난 2004년에 장애인을 위한 게임 접근성(Game Accessibility) 개념을 만들고 다양한 장애 형태에 맞춘 게임 개발 지침을 만들어 배포 활용하고 있다

‘게임 접근성 가이드 라인’에서는 디지털 게임 디자인과 제작에서 접근성 문제를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기초적인 부분부터 복잡하고 세부적인 영역까지 분류하고 설명하는 가이드 라인이 들어 있다.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은 세세한 부분까지 접근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분류하고 해설하며, 이런 문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실제 게임들까지 보여주며 접근성 문제 해결 가이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는 일반적인 키보드로만 캐릭터 이동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게임에 별도의 그래픽 버튼을 추가해 마우스로 이를 클릭함으로써 캐릭터 이동을 가능케 한 ‘그림록의 전설’ 같은 게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유수의 대형 게임사들은 게임 접근성 문제 개선에 높은 수준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에 나름 게임 등 IT 강국임을 자쳐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간 나름의 노력을 경주해 왔으나 게임 접근성 선도국에 비해 미미한 실정이다.

그 와중에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살펴보면, PC와 모바일 게임을 아우르는‘장애인 게임 접근성의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봄 국립재활원에서는 뇌병변 장애 당사자 자조 모임과 함께 장애 당사자 또는 그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아보고 거기에 이러한 게임에 필요한 보조기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장애인 게임 접근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게임 접근성 (Game Accessibility): 사용자가 장애의 유무에 관계 없이 게임에 접근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도’로 정의하고 있다.

기존에 개발되어 시판되고 이용 중인 게임기(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에 장애인이 조이스틱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보조 기기(인터페이스)를 설치하면 가능하다는 등의 세부 권고사항과 현재 게임의 ‘장애인 게임 접근성’ 현황에 대해서도 일부 언급하고 있다.

일례로 ‘장애인을 위한 게임보조 기기 부분’에서는 기존의 게임기기, 게임콘텐츠를 장애인이 접근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페이스 기기 (개발·개조·제작·적용 포함)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다른 측면의 장애인 게임 접근성 재고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2021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국회에서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개발하고, 이를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출시된 게임에서의 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보장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의 개발도 필요하리라 생각되는데, 현재 일부 활용 중인 게임을 활용한 재활치료, 인지치료에 활용에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이러한 단계를 뛰어넘어 미래에는 가상의 아바타를 통해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RPG (Role Playing Game)을 들 수 있다.

가상의 케릭터를 통해 한 마을의 구성원이 되어 근로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상의 화폐로 시장 등에서 일상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 등을 아이템의 형태로 구입하고, 땀의 댓가를 저축하러 금융기관을 방문하고, 장애인증명서 등 필요한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는 등의 가상의 케릭터를 이용해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간접 체험을 경험하고 이러한 경험을 익숙함을 더해 실사에 적용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글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김경식 이사가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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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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