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면 나무가 오지마라 하고, 마을로 가면 사람이 오지마라 하는 특수학교! 장애학생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지난 해 부산대학교 부설 문화예술특성화 국립특수학교 설립이 기획재정부에서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에서 학교부지가 근린공원과 맞물려 있다는 이유로 일 년이 지나도록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 무산될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전국의 예술 중·고등학교 중 특수학급이 설치된 곳은 하나도 없으며, 기존 특수학교에도 예술교과목은 기간제 교사가 대부분 맡아 실기실도 별도로 없고 교구는 평면적인 미술재료와 타악기 정도 뿐이다.

이와 같이 장애학생들을 위한 예술 전문교육은 전무하며, 부모들은 장애로 인해 평생 지출해야하는 치료비만도 큰 부담인데다 고액의 사교육비까지 감당할 수 없어 자녀가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교육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문화예술특성화 국립특수학교의 설립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형편에 있는 장애학생들에게 재능 계발의 기회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발달의 어려움이 있는 중도 장애인들에게 예술로써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도록 소통의 도구를 제공하는 교육적 의무를 가진다.

스웨덴의 발달장애 대학생들이 다니는 리니아예술학교는 국립 스톡홀름대와 연계 운영함으로써 선진적인 모범사례로 칭해지고 있다. 부산대 부설 국립특수학교도 이와 같은 장애 중·고등학생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과정으로서 세계적인 위상 뿐 아니라 국가적 책무로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 학교는 전교생 130여명을 수용하는 작은 숲속학교로 지어질 계획이며,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친환경 건축디자인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네모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나무를 자르지 않고 공간 구조의 일부로 활용한 일본의 후지유치원과 같은 디자인으로 장애학생들에게 안정된 정서 환경을 제공하고, 지역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숲 체험장의 설계도 계획 중이다.

또한 바로 옆에 사범대 및 음악대, 미술대, 체육관이 밀집되어 교수진 뿐 아니라 대학생들과 통합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교육적 연계와, 금정구 일대의 공연, 전시장까지 최적의 문화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전국의 장애학생들을 모집대상으로 하기에 이와 같은 지역적 인프라와 교통의 편리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부산시나 환경단체에서는 다른 대안부지를 알아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있다. 허허벌판에 뚝딱 콘크리트 건물 하나 올리는 것으로 학교를 세울 수 있다 여기면 안된다.

심신이 불편한 장애학생이 다녀야할 학교는 이동과 활동에 편리한 시설 뿐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의 환경, 더불어 사는 이웃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특수학교가 지어질 때마다 근처 지역 시민들은 “혐오시설이다. 집값 떨어진다. 차라리 쓰레기 소각장이 더 낫다.”라며 장애학생과 그 부모들을 맨 바닥에 무릎 꿇리고 울부짖으며 절규하게 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주민들이 그러했고, 강서구 가양동, 서초구와 중랑구 주민들도 그러했다.

그러면, 부산은 어느 마을 주민이 따뜻하게 버선발로 장애학생들을 맞아줄까?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는 그곳은 대체 어디인가? 당장 부지를 허가받지 않으면 설립이 무산될 수도 있는 특수학교를 도대체 어디에 가서 무릎 꿇고 울부짖으며 허락을 받아내란 말인가?

평생 어디서도 환영받은 적 없다. 마을에서 혐오 받았고, 학교에서 거부 당했고, 이제는 부산시가 장애학생을 외면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 소중하다. 그러나 장애학생의 꿈을 펼칠 권리, 인간답게 교육받을 권리까지 나무 아래 짓밟혀야 하는가? 우리의 약하고 아픈 아들, 딸들이다. 건강한 사회라면 이들을 가장 먼저 품어야 한다.

*이 글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 부지부장 김석주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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