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홈에 들어가긴 전, 나의 삶은 대부분 스스로에 대한 억압과 자제하면 살아가는게 전부였다.
하고싶은것이 아무리 많아도, 보고싶은것이 있어도 장애를 입은 대가라고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아왔다. 하지만 너무 답답하다 느낀 찰나에 두드리게된 일상홈의 문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생활로 나를 이끌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계획도 뚜렷하게 잡지 못하고 들어오게 된 프로그램이지만 같은 장애를 가진 분들과 교류를 하고 장애 이후에 생긴 고민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요령을 배우는 사이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예전처럼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성취감을 주었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포기하지 않고 궁리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특히나 단양에서 있었던 일들은 여전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무턱대고 일상홈에 들어오자 마자 바로 다음날 잡은 일정은 다칠 수 있을까? 에 대한 염려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흥분을 주었다.
패러글라이딩과 아쿠아리움 모두 재미있었지만, 사실 가장 충격이 컸던 건 숙박시설 이용이었다.
지난 9년간 항상 어딜 가던 당일치기로 이동하거나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했는데 지인도 없는 지역에 아무런 대비도 없이 편히 잘 수 있었던 건 결정적으로 일상홈에 있는 동안 모든걸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만약 시작을 단양으로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충실하게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지 못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일상홈에서 집 개조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감은 잡을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집을 최대한 병원과 비슷하게 꾸며놓고 그 환경에 맞추려 했는데 4주간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어디까지 혼자 할 수 있는지 어느 것이 안되는지 그 범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최소한 갖춰야 하는 시설의 정도와 그 이상 어떤 환경을 갖출 수 있는지 알게 되어 몸은 불편하더라도 환경은 불편하지 않게 꾸밀수 있게 되었다.
지난 4주간 이것 저것 많이 해봤다고 생각하지만 잃어버린 9년의 시간을 채우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어느새 살던 집보다 더 익숙해져버린 일상홈을 떠나게 되는데도 너무 아쉬움이 많았다.
앞으로는 장소가 바뀌더라도 여기서 활동하면서 쌓은 인연으로 더 많은걸 하고자 한다.
나 혼자면 항상 외롭고 고독했지만 동료장애인들을 만나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자 한다. 지금은 모든 것 배우기만 했는데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동안 너무 즐거웠고, 이후 이곳 일상홈을 통해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이 잘 되길 바란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서울특별시협회가 함께하는 '척수장애인 일상홈'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윤호님이 보내온 기고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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