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홈에 들어가긴 전, 나의 삶은 대부분 스스로에 대한 억압과 자제하면 살아가는게 전부였다.

하고싶은것이 아무리 많아도, 보고싶은것이 있어도 장애를 입은 대가라고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아왔다. 하지만 너무 답답하다 느낀 찰나에 두드리게된 일상홈의 문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생활로 나를 이끌었다.

선윤호님의 일상홈 환영식 모습.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아무 생각 없이, 계획도 뚜렷하게 잡지 못하고 들어오게 된 프로그램이지만 같은 장애를 가진 분들과 교류를 하고 장애 이후에 생긴 고민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요령을 배우는 사이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예전처럼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성취감을 주었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포기하지 않고 궁리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일상홈에서 장을 보는 선윤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에서 바닥트랜스퍼를 훈련중인 선윤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특히나 단양에서 있었던 일들은 여전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무턱대고 일상홈에 들어오자 마자 바로 다음날 잡은 일정은 다칠 수 있을까? 에 대한 염려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흥분을 주었다.

패러글라이딩과 아쿠아리움 모두 재미있었지만, 사실 가장 충격이 컸던 건 숙박시설 이용이었다.

지난 9년간 항상 어딜 가던 당일치기로 이동하거나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했는데 지인도 없는 지역에 아무런 대비도 없이 편히 잘 수 있었던 건 결정적으로 일상홈에 있는 동안 모든걸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만약 시작을 단양으로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충실하게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지 못했을 것이다.

패러글라이딩 준비중인 선윤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아쿠아리움 관람중인 선윤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그 외에도 일상홈에서 집 개조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감은 잡을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집을 최대한 병원과 비슷하게 꾸며놓고 그 환경에 맞추려 했는데 4주간의 경험을 토대로 내가 어디까지 혼자 할 수 있는지 어느 것이 안되는지 그 범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최소한 갖춰야 하는 시설의 정도와 그 이상 어떤 환경을 갖출 수 있는지 알게 되어 몸은 불편하더라도 환경은 불편하지 않게 꾸밀수 있게 되었다.

동료 척수장애인의 집을 방문한 선윤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학업 진행을 위해 학교 기숙사에 방문한 선윤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지난 4주간 이것 저것 많이 해봤다고 생각하지만 잃어버린 9년의 시간을 채우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어느새 살던 집보다 더 익숙해져버린 일상홈을 떠나게 되는데도 너무 아쉬움이 많았다.

앞으로는 장소가 바뀌더라도 여기서 활동하면서 쌓은 인연으로 더 많은걸 하고자 한다.

나 혼자면 항상 외롭고 고독했지만 동료장애인들을 만나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자 한다. 지금은 모든 것 배우기만 했는데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동안 너무 즐거웠고, 이후 이곳 일상홈을 통해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이 잘 되길 바란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서울특별시협회가 함께하는 '척수장애인 일상홈' 프로그램에 참여한 선윤호님이 보내온 기고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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