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양천구 장애인단체 3개 기관은 한국장애인재단 「장애인단체 장기근속자 휴식과 재충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이 연수에는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단법인 장애와사회, 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세 개 기관의 장기근속자가 참여했다.

연수단은 한국장애인재단 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평균 10년 이상 경력의 장기근속 활동가들이 ‘어떻게 하면 잘 쉬고, 잘 충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하였다.

고민 끝에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우리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나의 전망과 우리의 전망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자립생활프로그램(ILP-Independent Living Program)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로 하였다.

여러 차례 학습과 회의를 통해 자립생활센터 및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기관방문,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오사카 지역을 선정하였고, 기존 한-일 네트워크와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연수를 기획하였다.

든든한 나의 동료와 함께 배우고, 소통하고, 나누며 함께 만들어갈 롱런(long run)의 힘을 얻기 위해 떠난 4박5일 일본연수! 총 4편에 걸쳐 연수단이 다녀온 곳을 소개하고, 느낀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세 번째는 아무리 심한 장애가 있어도 “지역에서 당연하게 사는 것” 메인스트림협회다.

“아무리 무거운 장애를 가진 사람도 생기와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의 주류 ‘메인스트림(Main Stream)’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메인스트림협회 홈페이지의 첫 페이지에는 메인스트림협회가 지향하는 사회를 위처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자립생활은 ‘아무리 심한 장애가 있어도 지역에서 당연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메인스트림협회가 지향하는 바를 느낄 수 있다.

여행 4일차 방문한 메인스트림협회는 일본 고베 효고현에 위치한 니시노이먀역 근처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늑하고 조용한 시골마을 안쪽에 메인스트림협회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골목길을 접어들 때쯤 저 멀리서 두건을 두르고 수동휠체어를 이용하시는 중년의 장애인이 한 건물 앞에 자리를 잡고 계셨다. 언뜻 보아도 카도타 대표님인 듯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건물에 도착하자 본인이 카도타 대표라고 먼저 소개를 해주시고 우리를 사무실 안으로 안내해 주셨다.

대표님을 따라 들어간 사무실은 넓고 탁 트인 공간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무공간과 이용공간이라는 구분 없이 어우러져 있었고, 우리 연수단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50명에 가까운 직원이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활동지원 코디네이터 6명만이 사무책상이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다른 동료상담가와 직원들은 본인의 책상이 지정되어 있지 않고, 필요할 시 빈 책상에서 업무를 보며 그 외 시간은 지역 장애인당사자 지원과 소통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메인스트림협회는 국제적인 활동에 힘을 쏟고 있으며, 우리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자립생활센터 중에 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곳에서 기관방문을 하고 있으며, 카도타 대표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연수단은 다행히도 대표님이 직접 소개하는 메인스트림의 역사와 활동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카도타 대표는 14살인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체육관 지붕에 올라갔다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어 장애를 갖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을 병원과 시설에서 생활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졸업을 앞두게 된다.

대학입학 시험을 봤지만, 그 시절 일본에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대학교도 별로 없었다.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준비하며, 우연한 기회로 혼자 하와이에 여행을 가게 된다.

하와이에서 카도타 대표는 일본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이동의 자유로움과 흥미를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여행에 흥미를 갖고 현재까지 48개국을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여행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장애와 인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일본의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그 시절 일본은 전철이 있었으나, 엘리베이터나 리프트, 장애인화장실의 개념조차 없었다. 그래서 오사카에서 동경까지(약 600km) 휠체어를 타고 전철 역사를 따라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지나는 역사마다 들러 장애인의 접근권에 대해 항의하고, 대(對)시민 캠페인을 진행하며, 장애인의 이동권을 알리기 시작한다. 재미로 시작한 여행이 역사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똑같은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그게 카도타 대표의 장애운동의 시발점이 되었고, ‘트라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덕분에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 또한 많은 개선이 되었다.

그리고 1989년에 메인스트림협회를 설립하게 된다. 트라이를 통해 함께한 참가자들이 협회의 단련된 스텝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메인스트림협회는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메인스트림협회 카도타 대표와 연수단 모습.ⓒ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메인스트림협회는 중개자 파견사업(우리식으로는 활동지원사업), 권리옹호사업, 피어서포트(동료상담, ILP, 체험홈, 정보제공), 계발활동, 인재육성, 국제협력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인상적인 내용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메인스트림협회의 강점으로 메인스트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자립생활센터의 목적과 원칙, 장애문화를 센터 활동가와 회원들과 함께 정립하고 실천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할 수 있었다.

먼저 활동가 채용방식이 주목 받을 만하다. 활동가로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설명회를 진행해 보통 직장처럼 취직하는 것이 아님을 명시한다.

협회의 활동은 사회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활동을 원하는 당사자 스스로에게 자기 책임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활동에 있어 일반사업체처럼 개인의 삶과 조직의 활동을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듯 메인스트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일과 개인의 삶의 구분이 없다고 한다.

사업과 개인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즐기고, 본인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날 저녁 우리를 위해 특별히 마련해 준 교류회의 모습이 그러했다. 누가 남으라고 한 것도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서로의 역할을 나누어 요리를 만들고 함께 즐기는 모습에서 메인스트림의 구성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립생활 체험홈을 통해 메인스트림주의를 확산하고 있다.

메인스트림협회 건물 3층에 자립생활체험홈이 자리하고 있다. 자립생활을 원하는 누구든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자립생활에 대한 의지만 있으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동료상담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확인하고, 그룹활동으로 동료지지를 받으며, 자신의 자립생활 실천계획에 따라 자립생활을 연습하고 있다.

충분한 체험홈 생활을 통해 24시간 호흡기를 착용하며 전신의 움직임이 거의 불가능한 최중증장애인들도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자립생활체험홈 모습.ⓒ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메인스트림협회는 모두가 한가족이다.

메인스트림협회만 고집하는 원칙으로 사무공간을 별도로 두지 않고, 한 공간에서 업무와 사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활동지원사와 활동지원사 전담인력은 순환보직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또 당사자의 지원을 위해 직원 채용 시 자전거로 15분 안에 센터에 올 수 있는 사람만 채용하고 있는데, 현재 10년 이상인 상근자가 전체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메인스트림협회 모습.ⓒ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메인스트림협회는 국제협력사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국제협력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어떤 나라든 상관없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운동과 자립생활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활동에 우선적으로 힘쓰고 있다.

해외지원을 통해 열악한 환경과 인권이 보장 되지 않고 있는 파키스탄에 자립생활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는 네팔, 타이완, 캄보디아, 몽골 등의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사람들을 워킹비자를 받아 활동지원사로 양성할 계획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더스킨 아시아 태평양 장애인 지도자 육성사업’에서는 장애가 있는 연수생에게 일본의 장애인운동이나 자립생활을 전하기 위해서 연수생을 교육하고 있다.

교류회 모습.ⓒ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연수단도 각자의 조직에서 장애인권과 자립생활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만큼, 메인스트림협회와의 교류 시간 속에서 단순히 협회의 활동을 소개받는 것을 넘어서 한국에서의 활동과 이후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그간 모자이크네트워크 일본연수, 마치다휴먼네트워크 교류 연수 등 지속적인 국제협력사업과 다년간의 일본연수를 진행해왔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상근자들로만 구성된 재충전을 위한 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닌 미래를 향한 충전을 위해 기관방문 외에도 연수단 간의 동료상담, 회의 등의 내부 프로그램 시간을 가지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원사업을 통해 기회를 제공한 한국장애인재단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도 장애계의 발전을 위해서 본 사업이 더욱 확장되길 기대한다.

*이 글은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 연수단으로 참여한 이상희, 유영숙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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