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2개월의 병원 생활 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울산에 지내면서 울산에 지내고 계시는 척수장애인분들을 만나며 저에게 생긴 장애로 인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제한시키고 나의 한계를 나도 모르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재활의 마무리라고 생각하고 갔던 국립재활원에서 (사)한국척수장애인 협회에 대해 알게 되었고, 초기 면접을 진행하면서 내 머릿속에 있던 나의 한계가 점점 깨어지고 사고를 당하기 전과 같은, 어쩌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의 변화와 함께 꼭 자립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다시 내려간 울산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혼자하기 위해 노력하고 좀 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환영식.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있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 시간이 필요한 부분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게 되고 울산이라는 좁은 도시에서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에 금방 싫증을 느낄 즈음에 감사하게도 협회에서 연락이 와 한 달 만에 일상 홈에 입소하게 되었다.

차량트랜스퍼 훈련 중.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처음 시작을 했을 때는 정말 자신감에 차올라 있었다. 그래서 일상홈에 데려다주신 아버지 보고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얼른 내려가시라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아버지가 가신 다음날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코치님을 따라간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힘이 빠져 1시간 동안 차에 올라타지 못하고, 좌약은 들어가지도 않고, 샤워하고 힘이 빠져 옷을 입다 넘어지고, 음식을 잘못 먹어 설사병 나고... 이렇게 내 몸 하나 감당하기도 힘든데 가족들과 있을 땐 당연한 듯 흘러가던 밥,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까지 눈앞에 있으니 정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일상홈에서 가사활동(청소) 훈련 중.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에서 가사활동(빨래) 훈련 중.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에서 가사활동(분리수거) 훈련 중.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하지만 한 주 한 주가 지나고 그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코치님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3주 차 중반부터는 점차 내 것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며 훨씬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고 그런 일상 훈련이 숙달되자 자연스럽게 외부 활동을 할 시간과 기회도 많아졌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관 의자로 옮겨 앉아 영화를 보고 비장애인이 없어 도움을 줄 사람이 없지만 식당에 들어가 혼자 의자를 빼서 식사를 하고 그 외에도 쇼핑, 아쿠아리움 관람 등 많은 외부 활동을 하면서 처음 초기 면접 이후 내가 가지게 된 ‘다치기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나의 생각이 진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길지 않은 한 달간의 일상홈에서 이런 변화뿐만 아니라 서울로 독립하여 공부하고 싶다는 비전도 생겼고 무엇보다 막연한 자신감이나 느낌이 아닌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일상홈에서 문화.여가프로그램(아쿠아리움) 훈련중.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에서 휠체어럭비 체험 중.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수료식.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이 얼른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아 아쉬운 점은 보완하고 더 좋은 훈련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아직 사회에 나오지 못하는 모든 척수장애인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많은 변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2019 척수장애인의 일상복귀 프로그램 ‘일상의 삶으로’ 2기 참여자 박진성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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