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에게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그 지인은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는 뇌병변 1급 장애인으로 전동휠체어에서 내리던 도중 전원버튼 끄는 것을 잊어버리고 전동휠체어 스틱을 잘못 건드려 넘어지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겠지 하며 집에서 쉬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급히 활동지원사와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도착을 해 보니 발목 상태가 찜질로는 안될 것 같아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나섰지만 정형외과는 승강기가 없는 옛날 건물의 3층에 위치해 있었다.

그 지역에서 알아주는 한의원도 옛날 건물의 2층이었지만, 일단 양쪽에서 부축을 한 후 갔다. 그런데 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한의사의 뇌신경 살리는 침술 권유 및 장애로 인한 휘어짐과 타박상을 구분 못 짓는 진단에 진료를 거부했다.

이후 보다 더 먼 거리의 상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응급실의 대기시간은 그렇다 쳐도 촉각을 다투는 환자들 틈에 단순 타박상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자니 의료진의 따가운 눈총까지 받아야 했었다.

또한 "이런 것은 동네 의원 가셔야죠!"라는 간호사의 뼈 있는 말엔 그 어떤 대꾸를 할 수도 없었다.

이런 문제들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실제로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한 신경외과는 뇌졸중, 뇌경색, 파킨슨, 치매 등 뇌신경 관련 질환을 아주 잘 다루는 것처럼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그런데 정작 신경외과는 승강기 없는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목격이 되고 있다.

어느 지역은 면사무소 앞에 의료기관이라고는 가정의학과 1개소뿐인데 조립식 건물에 외부 좁디좁은 철제계단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상태이기도 하다.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접근성을 규제 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다중이용시설에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옛날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 제일 문제인 것이다.

접근 불가능한 1차 의료기관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상급의료기관을 이용하게 되고 또한 진료비 발생 비용증가와 더불어 상급기관 직원들의 불평 또한 감수해야 하며, 상급기관으로의 장거리 이동 또한 의료 소비자인 중증 장애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태이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 등은 모두가 접근 가능한 의료기관 양성화 정책을 마련하고 의료기관 개설신고 및 대표자 변경 또는 기관이전 등 의료기관 신고사유 발생 시 무조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의료기관 설치를 의무화하여 우리 동네 병·의원도 장애인, 어르신, 임산부 영·유아 등이 모두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급 의료기관 이용으로 인한 국민건강보험 예산 누수를 방지하고, ‘우리 동네 주치의’ 제도 등을 통해 환자에 대한 자세하고 정밀한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도시·농촌 간의 의료 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해 거점 의원 제도를 신설하고, 설립 및 거점 의원 지정 시 각종 인센티브와 장려금 지원 등으로 의료 서비스의 부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상급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 소외계층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 등을 위한 승강기, 의료 수어통역사 등의 편의시설 설치와 서비스 제공이 ‘특별한 배려’가 아닌 의료 소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임을 보건행정 담당자들이 우선 인지하여 하루속히 장애인 이용자가 불편 없이 올바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 마련과 시행을 요청한다.

*정의당 장애평등강사 강민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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