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조 2번은 의사표현을 하는데 장애가 있어 법적으로 불이익을 방지하는 내용이다. 정신적이나 정서적인 장애와 언어에 장애가 있어 피해사실을 충분히 진술을 못하는 경우에는 법률지식이 풍부한 전문가가 대리진술을 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이런 유용한 법률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나 역시도 장애인차벌금지법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改正)하기 위해 전주에서 열린 토론회에 다녀오기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우리는 심심치 않게 노동착취 당하는 장애인의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된다. 지난 10월 13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영된 오이농장의 노예에 관한 이야기도 17년 동안 노동착취 당한 지적장애인의 이야기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한동안 형네와 함께 살면서 농사일을 도와주던 H씨는 2000년, 어느 날 이웃마을에서 오이농장을 하고 있는 N씨를 따라가서 그의 오이농장에서 17년간 일했다. N씨는 H씨의 가족들에게 한 달에 80만원씩 H씨의 이름으로 적금도 넣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다음에 H씨가 자립 할 때 밑천자금으로 사용 할 수 있도록 적금을 넣고 있다고 했던 것이다. 또한 H씨의 가족들이 안부를 물어올 때마다 편하게 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올 8월 오이농장에서 도망쳐 나온 H씨의 말은 전혀 달랐다. 날마다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힘들게 농장에서 일을 했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고 그저 막걸리 한 병과 담배 한 갑씩만 받은 날이 허다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이농장주는 그 지적장애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지당초부터 임금을 받지 않기로 하고 자기네 농장에서 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증거자료로 농장주는 지적장애인의 도장이 찍힌 각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H씨는 N씨가 술 사주면서 도장을 찍게 하였다고 했다.

작년에 인근 지역에서 축사노예사건이 발생했던 무렵에 이 오이농장주도 장애인 노동착취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무혐의로 풀어났다. 조사 할 당시 지적장애인이 경찰에서 10~20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했던 것이다. H씨는 이에 대해서도 오이농장주가 시켜서 경찰에서 돈 받았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H씨가 말하고 있는 이 두 가지의 사건은 H씨와 N씨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 사건들이다. 이런 경우 H씨와 같은 초등학생과 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이 말하는 것보다, N씨와 같은 비장애인들이 진술하는 것이 더 논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에 법적 지식이 풍부하고 논리가 단단한 사람이 H씨의 대리인을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은 지원이다. 그래야 H씨와 같은 약자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장치인, 법이 오히려 약자들의 권리를 뺏는 장치로 변질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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