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1급인 나는 지난 14일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활동지원인노동조합(이하 활보노조)의 노동 감시 증언대회를 참관했다.

대회는 노동 감시 피해자(활동지원인과 이용자) 몇 분의 피해사례 증언과 오경희 복지부 장애인서비스 담당 사무관과의 질의와 응답으로 3시간가량 지속됐다. 그러나 예상대로 결론은 나오지 않았고 참관하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피해사례 내용을 요약하면 중계기관, 지자체, 사회보장정보원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밤 1시에도) 찾아와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같은 공간에 있는가를 확인하고 간다는 것다. 그 시간에 이용자는 옷을 벗고 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것은 엄연한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활동보조인이 이용자의 심부름으로 마트에 간 것인데도 그 때 운 나쁘게 모니터요원이 들이닥치면 활동보조인 근무지 이탈의 부정수급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억울하면 소명을 하란다. 마치 범죄의 피의자가 알리바이를 대듯이 말이다. 아무리 융통성 없는 것이 법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든 상당히 불쾌한 일임이 분명하다. 일어탁수(一魚濁水 : 미꾸라지 한마리가 시냇물을 흐리게 한다)이라는 말도 있듯이 부정수급을 하는 사용자(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편의상 이렇게 칭함)는 소수에 불과할 텐데 몇 안되는 나쁜 사용자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겨서는 안된다.

이에 활보노조 측은 "인권을 침해하는 노동 감시는 이제 그만하라!"고 성토했고 오경희 사무관은 "활동보조인 업무 특성상 부정수급자의 색출은 불가피한 것이고 나 한사람에게만 뭐라 하지 말고 뭔가 특별한 대안을 제시해봐라"라고 답변했다.

이에 활보노조 측은 사회서비스공단(이하 공단)으로의 활동보조인 전원 흡수와 월급제로의 전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는 대체 어떻게 월급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상식적으로도 월급제로 전환을 하면 부정수급이 더욱 쉬워질 것 같은데, 그래서 노동 감시도 더욱 강화 되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활동보조인들의 업무 특성상 근무지가 제한되어 있지 않고 이용자 옆이 곧 그분들의 근무지인데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출근을 하지 않고도 출근했다 하고 월급을 타서 나눠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또 그것을 감시하려면... 필자의 짧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월급제로의 전환만큼은 좋은 대안이 아닌 것 같다. 단, 기본급의 도입을 말하는 것이라면 찬성이다.

나는 활동지원제도가 누구를 위해 생겨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하신 후 읽어주시기를 당부하며 오늘 이 글을 빌어 복지부에 정식으로 건의한다.

첫 번째는 사용자들의 부정수급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안이다. 오경희 사무관도 말했 듯이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장애인들에게 카드(바우처) 주면서 마음대로(?) 쓰라고 하지 않는다.

나 또한 바우처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장애인에게 카드를 주었다고 하지만 우리(장애인)가 받은 것은 바우처 사용시간을 둘로 나누느냐, 셋으로 나누느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쓰느냐를 정할 권리(?) 밖에 없다.

따라서 바우처 사용의 전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용자의 장애정도를 엄격히 심사하시고 그에 따라 합당한 활동지원 이용 시간을 주셨다면 이용자가 그 시간을 어떻게 쓰던 그냥 그 이용자에게 맡겨달라는 것이다.

막말로 바우처를 현금화해 활동보조인과 이용자가 나눠 갖는다 하여, 발달장애아의 부모들이 서로 자기 아이를 돌보면서 카드만 바꿔 찍는다 하여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미풍양속에 해가 되니 그것 자체가 피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현행법이 그것을 '부정수급'이라고 규정지어 놓았기 때문이다.

나라 돈이 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미 이용자에게 지급된(허락된) 시간이고, 처음부터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지급된 시간(돈)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게 된다면 '활동지원 부정수급'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노동 감시' 또한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권리를 준다면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주어지겠지만.

의무라고 한다면 몇 년에 한반씩 장애 심사를 다시 받게 한다던가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주위에 소위 '나이롱 장애인'이라 하여 걸어 다니는 데도 활동보조 시간을 받고 있는 분이 있는데 이런 게 진짜 부정수급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분들을 '능력자'라 부르며, 신고를 해야 함에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밀고자'라는 말이 듣기 싫고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묵인해버리는 것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애초에 그런 분들에게 그런 말도 안 되게 많은 시간을 허락한 것이 바로 공무원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책임이라 하면 바우처 카드 유용에 따른 피해는 온전히 이용자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는 방법이 있겠다.

이를테면 현금화하여 다른데 쓰고 활동보조인을 쓰지 않아 최악의 경우 이용자가 아사를 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카드를 잘못 사용한 당사자(이용자)의 책임인 것이다.

어떠한 권리가 주어졌을 때는 그에 따른 의무를 지키고 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이니까. 그 대상이 장애인이라 해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활동보조인들의 근로시간에 대한 건의다. 법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활동보조인들의 한 달 총 근로시간이 현재 208시간으로 제한되고 있다. 이것은 활동보조인 업무의 특수성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이 말은 곧 장애인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라는 얘기다.

한명의 활동보조인을 하루에 8시간밖에 쓰지 못하게 하면, 장애인들은 걷지를 못하니 여행도 다니지 말고 집에만 틀어박혀서 매일 주는 밥이나 받아먹고 있으라는 것과 진배없다. 꼭 여행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한번 역지사지해 보자.

남에게 자신의 배설을 도와 달라 맡긴다는 것은 참으로 민망하고 수치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을 한명도 아니고 3명에게 하라고? "넌 장애인이니 그런 것쯤은 감수해야한다."면 나는 차라리 죽고 말겠다.

활동보조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얼마든지 일을 더 할 수가 있음에도, 더 하고 싶음에도 법정근로시간의 제한 때문에 일을 못한다는 것은 불만일 수 있다. 활보노조가 모든 활동보조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세 번째로 활동보조인들이 더 이상 중계기관의 횡포에 해를 입는 일 없이 이용자의 케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분들을 공단에 흡수해 달라는 것이다. 전원 흡수가 어렵다면 기존 중계기관에 소속된 활동보조인들 중 공단으로의 이직을 희망하는 분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기존 중계기관들은 공단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활동지원 이용시간이건 근로시간이건 모든 것은 사용하는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야 하고, 불합리한 악법은 합리적으로 바꾸어 나아가야 하며, 법을 어겼을 경우에는 그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경증의 이용자에 비하면 중증의 이용자는 소수일 것이다. 활동보조인 역시 중증이용자를 돌보시는 분들보다 경증이용자를 돌보는, 경증이용자를 돌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각각의 입장차도 클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된다면 그것은 진정한 선진복지국가로의 길이 아니다. 부디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모두가 만족할만한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 애독자 강병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을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연락을 주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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