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 할 때 사회복지법제론 담당하는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 날 때가 있다. 교수님께서 독일유학시절에 거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는 말씀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오히려 국내에 돌아오셔 살고 계시는 기간이 독일에서 사는 기간보다, 더 오래됐는데도 독일에서 만큼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씀도 덧붙였었다.

독일과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을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문화가 많이 다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짙게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각(一刻)이라도 빨리 없어져야 할 장애인들을 병자로 보는 우리 사회의 관점도 없어지지 않았다.

독일 사회에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어떠한 거부감이 없다. 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 같은 보조기구 장비도 패션용품으로 생각하는 사회다.

장애인들에 대한 이런 독일의 사회적인 관점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거리를 다닐 때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적인 요인이 있지만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다닐 수 없는 것은 사고 날 위험성이 높은 거리 환경이 물리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 10번에는 보도란 연석선, 안전표지나 그와 비슷한 인공구조물로 경계를 표시하여 보행자(유모차와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하는 보행보조용 의자차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고 나와 있다. 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가 보행보보조용 의자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법률로만 봐서는 보도는 전동휠체어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게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차도보다 보도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기가 더 어렵고 위험하다. 어기저기 울퉁불퉁하고 높은 턱과 급경사가 있는 보도에서 전동휠체어를 타다보면, 장애인들은 몸에 많은 스트레스가 가해질 뿐만 아니라 큰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보도 보다 차도가 전동휠체어를 타기 쉽고 안전하게 느껴져서 차도에서 휠체어를 타면 도로교통법 위반이 된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전동휠체어를 탔던 장애인에게 더 큰 책임이 돌아가게 된다.

상법의 보험가입에 관련한 법률 때문에 상해보험가입도 원천적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우리 장애인들은 보행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산책하기는 좋아한다. 그런데 의지와 다르게 갓길로 다닐 때가 있다. 보도의 폭이 좁거나 급한 경사가 있을 때 갓길로 다니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나의 한국현대사란 저서에서 김대중과 노무헌정부에서 장애인들에게 전동휠체어를 보급하면서 골방과 시설에 유폐되어 있던 장애인들을 세상으로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필자는 그 대목을 읽으면서 이제는 전동휠체어가 어느 정도 장애인들에게 보급된 시점에서.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아직도 골방과 시설에 유폐되어 있는 많은 장애인들을 풀어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