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문학 방귀희 발행인.ⓒ에이블뉴스DB

바로 1년 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인데 지금 우리 뇌리 속에는 그 사건이 아주 오래된 일로 인식되거나 아예 잊혀져버렸다. 하지만 장애계는 이 사건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사건이란 바로 장애인총리의 탄생을 물거품으로 만든 장애인복지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장애인 차별 사태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우며 제18대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당선인은 2013년 1월 24일 김용준을 국무총리로 지명하였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총리 지명자 김용준의 장애를 노골적으로 문제 삼으며 총리로서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용준이 총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

2013년 1월28일자 중앙일보 38면에 <"질문 간단히 써달라" ‘보청기 총리’, 문제 없나> 라는 기사가 나간 다음날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사퇴의사를 밝힌다.

아들의 병역 문제나 투기 의혹은 자료를 통해 소명을 하면 되지만 장애 때문에 국무회의도 주재하기 어렵고,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단에 대하여서는 증빙할 자료도 없고 설명 자체가 구구한 변명이라는 판단을 하였을 것이다.

김용준 지명자는 인수위원회나 여당 그 어느 곳에서도 옹호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인수위 핵심 인사도 김용준이 인수위원장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였고,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김 전 후보자는 장애와 고령 탓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새정부의 초대 총리감으로는 부적절했다”고 역시 그의 장애를 문제 삼았다.

한겨레신문 2013년 1월 29일 <김용준, ‘도덕적 흠결’보다 ‘반말 남발’ 더 심각>이란 제목의 김종구 칼럼에서 귀 보청기가 뿐만 아니라 마음 보청기도 필요하다고 하며 김용준 지명자를 마음이 닫힌 사람으로 몰고 가면서 ‘당신은 나서지 말어,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 라고 점잖게 윽박지르고 있다.

서울신문 2013년 2월 6일 김종면 수석논설위원의 <김용준이 부끄러워해야 할 진짜 이유>라는 컬럼에서 김용준이 진짜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가 불우청소년과 장애인에게 정신적인 상처와 좌절만 안겨준 것이라고 하였는데 우리 장애인에게 정말 큰 상처는 언론에서 떼지어 ‘장애인은 안돼’, ‘장애인은 못해’ 라고 쫒아낸 것이다.

언론에서 이렇게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장애인 한명을 뭇매로 공격하며 매장시킬 줄 상상도 못하였다.

언론은 공익성을 우선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정의 편에 서야하고 표현도 순화되어야 하건만 김용준 문제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이 모든 것을 무시한 채 그저 내몰아내기에 급급했다. 기사나 논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조잡하고 치졸했다.

김용준 총리지명자에게 쏟아졌던 모든 비난에 대하여 옹호할 생각은 없다. 장애인이라고 모든 것을 다 편견의 프레임에 넣고 옳다고 주장하는 시각도 잘못된 편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어나지도 않은 가정을 마치 사실인양 장애란 현상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한 개인을 너머 장애인 집단의 사회적 죽음을 불러일으킨 살해 행위이다.

장애인 인식의 모순

김용준 경우와 다른 듯 비슷한 사건이 있다. 2004년 열린우리당에서는 17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장향숙이란 이름을 올렸다. 그때 언론에서는 장향숙 의원을 3무(無)로 표현하였다. 무학, 무직, 무재산이다.

언론은 3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단 장향숙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2004년도에 장애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언론이 10년이나 지난 후인 2013년도에는 왜 그토록 부정적으로 깎아내렸을까?

장향숙과 김용준의 장애에 대한 언론의 태도가 전혀 다른 것 같아도 사실은 같은 맥락이다. 장향숙의 국회 입성은 하나의 이벤트였다. 열린우리당이 사회적 약자 편에 서있다는 것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언론은 장향숙 의원이 국회 내에서 다른 국회의원들과 함께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도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국회의원을 위하여 어떤 편의시설이 마련되고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를 소개하였다.

장향숙 의원을 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으로 보기보다는 장애인으로 국회에 머물며 장애인민원을 받아주는 장애인민원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김용준 총리지명자는 왜 내각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일까? 장애인국회의원보다 장애인총리가 더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카드인데 왜 그 카드를 쓰지 못하도록 하였을까?

혹자들은 말한다. 김용준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약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3무 장애인은 그림이 되는데, 3유(有) 장애인은 그림이 안 된다는 것은 장애인은 언제나 약자로서의 가치만 인정해주겠다는 사회지도층 소위 고위층의 텃새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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