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장관에게 새해 희망을 듣는다> 녹음 뒤. ⓒ방귀희

올 한해 가장 많이 유행했던 단어는 <나 가수다>이다. 그래서 ‘나 **이다’라는 카피를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나 장애인이다’고 자기 정체성을 밝히는데 인색하다.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왜 장애인이란 정체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올 한해도 방송을 통해 성공한 장애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대부분 자신의 장애에 대해 떳떳하지 못했다. 장애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의 수장이 된 장애인들도 이렇게 대답했다

-전 비장애인계에 편입됐다고 봐야겠죠-

-전 제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장애인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1월1일 kbs3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 신년 기획으로 준비한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새해 희망을 듣는다>(1월1일 오후6시 AM 104.9MHZ)를 녹음하며 정말 깜짝 놀랐다.

사회자가 장관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하자 고용노동부 이채필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고용노동부 장관 장애인 이채필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장관 이상의 지위를 가진 장애인은 없는데 이채필 장관은 자신의 장애를 당당히 밝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장애는 3급이고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형제들에게 의지해 살게 될 것을 걱정하셨다는 보통의 장애인이 겪었던 아픔을 털어놓기도 했다.

장관이 이렇게 장애를 자기 정체성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채필 장관 재임 기간에는 장애인고용정책이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이 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올 한해를 돌아보면 장애인계에는 큰 수확이 있었다. 1월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5월에 고용노동부, 9월에 한국장애인개발원 수장이 장애인으로 임명됐다. 이제 장애인기관장은 장애인 몫이란 것이 분명해졌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남성이고 아무런 보장구도 사용하지 않는 경증장애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남성과 여성은 수적으로도 비슷하고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성장애인에게 매우 불리하다.

여성장애인은 구색 맞추기용으로 사용하고 마지막 단계에 빼버리는 일종의 버리는 카드이다. 여성장애인은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의 짐을 지고 있다고 아무리 역설을 해도 장애인계에서조차 남성 위주로 또 경증장애인만이 리더가 되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에 새해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변화에 남성 독식 중증장애인 배제, 장애인 이라는 정체성 부정은 바뀌어야할 사항이다.

새해 “나 장애인이다”라는 정체성이 차별이 아닌 특성이 되고 “나 여자다”가 리더의 조건에서 약점이 되지 않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한마디로 정체성을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 글은 사단법인 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이자 방송작가인 방귀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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