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보는 것은 인간이 취하는 신체 보호 활동 중 가장 일반적인 것 중 하나이면서 또한 가장 중요한 신체 활동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정상적인 배뇨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체는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배뇨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배뇨를 위해 깊이 생각하거나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나 질병 등으로 척수손상을 입게 되면 운동 및 감각신경들이 마비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배뇨 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소변이 마려운 감각을 느낄 수도, 정상적으로 배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척수장애인에게는 배뇨가 더 이상 간단하지 않고 아주 특별한 일이 되어 버린다.

수많은 척수장애인들이 걷지 못하는 사실보다 배뇨 기능 장애가 더 괴롭다고 말할 정도다. 방광에 소변이 차는 것을 느끼지 못해 실금을 하거나 외출 시 휠체어가 출입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어 제 때 처리를 하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실금에 대한 공포와 배뇨 처리에 대한 고민 때문에 외출을 꺼리거나 또는 외출을 하더라도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참기도 한다. 척수장애인에게 있어 배뇨는 하루에도 수차례 치러야 하는 치열한 전쟁 같은 것이며, 배뇨가 척수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척수손상 레벨과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척수장애인들은 배뇨에 어려움을 겪는다. 같은 레벨의 척수손상이라 해도 개인의 차이에 따라 다른 배뇨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척수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배뇨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부 척수장애인들은 방광이 팽창된 것은 느낄 수 있으나 참을 수는 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를 하지 않으면 소변이 나와 버려 바지를 적시기도 한다. 또한 방광의 괄약근 기능 이상으로 항상 실금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같은 경우는 기저귀를 사용하거나 (남자의 경우) 콘돔에 소변백을 연결하여 다리에 차고 다니기도 한다. 이 방법은 여름에는 냄새가 많이 나고 피부가 짓무르기도 해서 세심한 관리를 필요로 한다.

소변백 및 필요한 도구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둘째, 배를 두드리거나 눌러서 방광에 압박을 가해 소변을 배출시킨다. 최근에는 이 방법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20년 전만 해도 병실에 가면 척수손상 환자들이 배를 두드려서 소변을 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셋째, 요도를 통해 유치카테터(호스처럼 생긴 얇은 고무관)를 방광에 삽입하고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카테터를 방광에 삽입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방광의 용적이 줄고 팽창의 기능을 약화시키기도 하여 요도의 염증을 유발시키고 실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유치카테터의 위험성은 잘못해서 카테터가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방광 경부와 요도에 피해를 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또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2-3주마다 카테터를 교체해야 한다.

유치카테터(단기간 유치하며 소변백과 연결하여 사용한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넷째, 외과적인 수술을 통하여 배꼽아래에서 방광으로 구멍을 뚫어 그곳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여 소변을 빼는 치골상부 카테터 방식이 있다. 유치카테터와 더불어 이 방식 또한 결석이 생기지 않도록 정기적인 방광 세척과 감염 방지를 위한 카테터 교체가 필요하다.

마지막 방법은 최근에 척수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요도를 통해 카테터를 넣어 소변을 빼는 간헐적 자가도뇨(Intermittent Self Catheterization 또는 CIC-clean intermittent catheterization, 무균 간헐적 도뇨라고도 함)이다.

가장 바람직한 배뇨관리이기 때문에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선호하지만 손 기능이 부자유스러운 사지마비 척수장애인들은 제 3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또한 하루에도 5-6회 혹은 그 이상 간헐적 자가도뇨를 하기 위해서 소모품인 일회용 도구들을 구입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척수장애인들에게는 이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일회용 카테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외국에서는 카테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보험 처리를 해주기 때문에 위생적인 일회용을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는 비용 문제 등으로 재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이로 인해 감염이 발생하는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올해 7월 1일부터 선천성 신경인성 환자들을 위해 자가도뇨 카테터를 구입할 때 건강보험 지원이 시작되었지만, 같은 증상으로 고통 받는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을 가진 척수장애인들에게는 예산을 핑계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배뇨 위생관리를 위해서는 카테터 외에도 멸균장갑, 젤, 식염수 등이 필요하다. 일회용 카테터의 사용은 위생적인 문제뿐 아니라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외국의 보고서도 있다.

지방에 사는 일부 척수장애인의 경우, 정보의 부재와 더불어 활동보조인들이 자가도뇨 방법을 기피하여 유치카테터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리곤 한다.

대용 카테터와 멸균 용기(위: 여성용, 아래: 남성용 ? 용기 속에 소독약이 들어 있어 외출 시 여러 번 사용이 가능).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위와 같이 척수장애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배뇨 관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방광의 형태가 변형되지는 않았는지,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하지는 않는지 등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데 소요되는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척수장애인은 적어도 하루에 2,000~3,000cc의 물을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비뇨기계 합병증을 피할 수 없기에 습관적으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척수장애인에게 배뇨 및 방광 관리는 가장 기본적인 사안이면서 가장 치명적인 것이다.

세계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척수손상을 입은 환자 중 거의 절반이 비뇨기계 패혈증으로 2년 이내 사망했고, 초기 손상 이후 생존자 중 80% 정도도 결국에는 비뇨기계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현재는 의학적 발전과 배뇨 관리 훈련을 통해 그로 인한 사망률은 줄었고 척수장애인의 수명도 길어졌지만. 비뇨기계 합병증은 여전히 척수장애인에게는 위협적인 존재다. 정상적인 배뇨가 어렵기 때문에 도뇨관을 삽입하여 소변을 비우거나 배를 눌러 방광에 압력을 주는 방식으로 비운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잔뇨가 생겨 방광염증으로 이어져 고열이 난다.

도뇨관 삽입으로 인한 세균 감염 또한 빈번히 발생하는 합병증이며, 방광에 소변이 찼음에도 바로 비우지 못해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되어 고열과 신장 감염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같은 합병증들이 더욱 두려운 이유는 결국 그것들이 신장 장애를 일으키고 종국에는 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뿐 아니라 심지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척수장애인의 배뇨관리에 대한 지원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는 차원뿐 아니라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척수장애인의 도뇨를 도와주는 것을 의료행위로 단정하고 보호자와 활동보조인 등 제 3자의 도움을 막을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그 대안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활동보조인들의 교육을 통하여 신변처리를 도울 수 있도록 합법적인 길을 열어주던가, 제3자는 안되고 가족은 된다면 가족을 활동보조인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거나, 하루에 수차례 해야 하는 소변배출을 도울 수 있는 의료진을 연결해주고 그 비용을 전액 지원해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을 빨리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척수장애인의 기본 인권을 보장하고 생명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누구나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