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주최)와 서울가톨릭장애인복지협의회(주관)는 지난 23일 계성여고 운동장에서 장애인의 날 기념으로 ‘2006년도 한자리 축제’를 개최했다. 약 350명의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참석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씁쓸했다.
먼저 계성여고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매우 열악한 곳이다. 운동장으로 내려가려면 길목에 계단이 있어 주최측은 나무로 경사로를 만들어 휠체어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학교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 운동장 뒤쪽에 이동식 화장실을 3개를 설치했는데 계단이 있는 비장애인용이었다. 비장애인들이야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장애인용으로 설치하는 것이 옳음에도 비장애인용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은 후문에 있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면서 인근 건물인 전진상교육관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을 불편하게 이용해야만 했다.
행사장에는 의자도 부족했다.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장에서 주최 측에서 마련한 깔판을 깔고 앉아야 했다. 미사시간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복지담당 주교는 장애인의 날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열악해 불편을 주어서 죄송하다며 장애인들에게 사과하면서 가톨릭이 먼저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해 장애인들은 뜨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화답의 박수를 보냈다.
한편 사회복지담당 신부는 미사시간 이후에 장애인들이 먼저 식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주최 측에서는 점심으로 자장면을 준비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되자 주최 측이 식탁을 마련하지 않아 휠체어장애인뿐만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자장면을 손에 들고 또는 의자에 놓고 바닥에 앉아 불편하게 식사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반면 본부석을 보니 주교,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일부 단체장 및 임원진, 장애인복지관 관장 등은 편하게 주최 측에서 마련한 탁자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주장하고, 장애인이 먼저 식사해야한다고 주장한 주교와 신부도 그 자리에 있었다.
여기저기서 장애인들이 불편하게 식사하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지 정말 이것이 진정한 목자들의 모습인지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신부만 탁자에서의 식사를 거절하고 장애인 봉사자들과 함께 바닥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평소 장애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목자였다.
장애인공동체인 ‘평화로운 집’ 수녀는 장애인 3명과 동행했는데, 미리 휠체어에 맞는 탁자를 준비해와 장애인들이 편하게 식사하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장애인 스스로가 미리 이런 준비하지 않으면 불편하게 식사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주교와 신부가 미사시간에 장애인을 위하는 강론을 펼치고 나서 내려오자 달라지는 모습에 장애인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말씀이 귓전을 맴돌았다.
장애인단체가 행사를 주관하면서 동료 장애인들에게 아픔과 고통을 주는 것은 사라져야한다. 진정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가 어떤 것인지 깊이 반성하고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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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