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는 복합적인 질환장애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증상 못지않게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한다.

솔직히 난 이은주라는 배우에 대해 연기를 잘한다던지 예쁘다던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은주가 주인공이었고, ‘안녕 유에프오’에서 당찬 시각장애인 연기를 보였었다는 것 밖에는.

옆에 있을 땐 모르다가 없어져봐야 그 소중함을 느낀다고 했던가. 며칠 전 그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그제서야 ‘꽤 괜찮은 배우 하나가 세상을 떠났구나’하는 생각에 슬픔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녀의 자살은 잘 나가는 한 여배우의 죽음이라는 의미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우울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한 계기가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소심하거나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매도해 버리곤 한다.

우울증은 병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우지만 독감, 아니 사스보다 강하지 않을까 싶다. 우울증 환자들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크게 반응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 또한 보통 사람보다 몇 배 더 힘들어한다.

전체 인구의 최소 5% 정도가 우울증 환자이고, 20% 정도는 일생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할 만큼 흔하지만 이 가운데 15∼20%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울증도 치료를 받으면 80%이상 치료된다고 한다.

우울증은 뇌 신경전달물질 분비 이상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성격이나 유전적 요인도 발병의 원인이 되지만 무엇보다 사별이나 실직, 학습부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겪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에는 육체적인 고통에서 기인한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 중 하나가 아토피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가려움으로 인한 수면장애 불러

‘아토피(Atopy)’란 그리스어가 어원으로 ‘비정상적인 반응’, ‘기묘한’, ‘뜻을 알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말 그대로 다양한 원인이 복잡하게 뒤엉켜 발병하고 완화와 재발을 반복하며 원인이 복잡하고 다양한 만큼 치료도 어렵다. 피부질환 중 단기간에 고칠 수 없는 대표적인 난치병에 속한다.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은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환경적 요인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신체 내부면역체계 이상으로 발병하거나 증세가 심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아토피는 단순한 피부 염증으로 간주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신경쇠약 증세 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야기하기도 하고, 심해지면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다.

화상환자에 비할 것은 못되겠지만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과 쓰라림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변사람들한테 ‘아토피의 가려움은 모기물린 거 100배쯤 가렵다’고 농담 삼아 말하곤 하는데 실제 아토피 환자들은 하도 긁어서 피가 나도 진물이 계속 흐르는데도 계속 긁어댄다. 이 지독한 가려움 때문에 생활리듬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심한 아토피 환자인 경우 밤에 단잠을 자는 경우가 드물다. 가려움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할 뿐 아니라 자면서도 무의식중에 계속 긁어대 선잠을 잘 수밖에 없다.

아토피는 몸 안의 온도는 뜨거운 반면, 땀이나 피지가 잘 분비되지 않아 그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못하고 체내에 쌓이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너무 가려워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한밤중에 일어나 샤워하거나 열손가락 끝을 하나하나 따 피를 뺀 적도 많다. 그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온도가 내려가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또 보통 아침이면 이부자리에 진물과 피가 묻어있는 건 예사이기 때문에 자주자주 세탁과 청소를 해줘야 한다. 이런 모습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아토피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하소연을 하는 글에서부터 자신의 치료경험담 등의 내용들이 올라오는데 하나같이 잠자는 시간이 무섭다고들 말한다. 어떤 사람은 잠자는 동안 무의식중에 너무 긁어대니까 팔을 아예 침대에 묶어놓고 잔다고 하기도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아토피-우울증 지속적인 반복

이렇게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 아토피 환자들의 경우 피부염증도 염증이지만, 신경과민증이 많고 우울이나 불안의 정도가 높아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비정상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정상인이 100이라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아토피 환자는 50이라는 스트레스 정도에도 정서적인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또 성인형 아토피는 그 경과가 평생 지속되고 예후를 예측하기 힘들며 갑자기 전신성으로 악화되기 쉬운데 스트레스나 심리적 부담감에 더 악화된다고 한다. 또 아토피로 인한 우울감의 정도가 가려움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결국 스트레스-아토피-우울증 이렇게 계속 반복되다보니 쉽게 치료가 불가능하다.

모든 병이 병 자체보단 그로 인한 합병증이 더 무섭다고 한다. 아토피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토피 로 인한 가려움으로 긁기 때문에 2차 감염으로 발전하고 또 가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이로 인한 수면장애, 증상재발에 대한 초조함,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아주 크다. 특히 얼굴에 심한 아토피를 갖고 있는 경우 심각한 대인기피와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게다가 아토피는 환자 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의 질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어머니는 더 불안하고 과보호적이며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드러내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토피 환자들 병원전전하다 결국엔 치료포기

내 경우처럼 보통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대개 피부과->한의원->민간요법->치료포기 상태의 주기를 보인다.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아토피 환자들은 대개 처음에는 피부과를 찾아 치료를 받다가 스테로이드계 연고의 부작용을 알고 나서는 대부분 피부과에 등을 돌린다.

보통 피부과를 방문하면 스테로이드제 연고와 가려움을 없애주는 항히스타민제 알약을 처방받는다. 스트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제) 계열의 제품을 사용하면 단 기간에 증상이 가라앉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약을 중지하면 다시 증상이 심해진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장기간 바르면 피부가 내성을 가질 수 있고,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가 위축될 수 있으며, 피부색소가 적어지고 세균감염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다음으로 찾는 곳이 한의원. ‘한방은 괜찮겠지’하면서 한의원을 찾아 의사가 시키는 대로 몇 개월 혹은 1∼2년 동안 탈스(탈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제 약을 끊는 것)를 하고, 꾸준히 한약을 복용하며 체질을 개선하려고 애쓴다. 그런 후 몇 개월이 지나 다시 아토피가 재발하면 아예 의사들은 믿지 않게 된다.

그런 후엔 이제 스스로 여기저기서 정보를 찾아 온갖 민간요법을 다 시도해본다. 이 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으로 인해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하고 일부는 다시 피부과를 찾아가기도 한다.

몇 달 전에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3살짜리 여자아이의 부모가 무속인의 말만 믿고 식초와 죽염을 아이의 아토피 부위에 발랐다가 병을 악화시켜 아이가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모의 무지에서 비롯한 어처구니없는 사례이긴 하지만 실제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민간요법이나 근거 없는 치료법에 매달리고 있으며 때론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아토피를 낫게 하려는 의지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아토피는 쉽게 낫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민간요법을 꾸준히 하다가도 좋아지지 않으면 스스로에 대한 회의와 환멸(?)마저 들어 나중에는 치료포기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복합적 질환 ‘아토피’, 우울증등 정신질환도 고려해야

전 세계적으로 아토피가 유행처럼 번지자 먹는 음식에서부터 각종 친환경 제품 등 아토피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이나 의약용품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 장기적인 불황에도 아토피 관련 시장은 매년 30%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제품들에 대한 개발도 중요하지만 아토피의 근본적인 원인인 농약과 환경오염에 찌든 먹거리와 자연에 진지한 고민과 각성이 필요하다. 환경단체에서 아무리 자연보호를 외쳐대도 아직 한국은 오로지 개발만 중시할 뿐 자연과 사람의 더불어사는 삶에는 무심하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도 아토피 환자 스스로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조심하고, 아토피 환자들이 우울증을 갖지 않도록 하는 주변사람들의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나 주변사람들이 “어디서 보니까 뭐가 좋다더라”, “어떻게 해봐라”, “어디 병원에 가봐라” 등등의 말은 조심하는 게 좋다. 대부분 아토피 환자들은 자신이 아토피에 대해 이미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권하는 방법들은 익히 알고 있거나 써 본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수십, 수백 번 듣다보면 듣는 입장에서는 결국 그게 다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아토피는 보통 전 인구의 1%가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곳에서는 20∼30%가 아토피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대체로 생후 2∼6개월이며, 특히 1세 미만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환자의 50%는 두 돌 이내에 없어지나 25%는 청소년기까지 가며, 나머지 25%는 성인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된다. 난 그 선택받은(?) 그룹에 속해 반의 반세기가 넘게 아토피와 친구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토피와 아토피로 인한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아직 단순한 피부질환 개념으로만 인식될 뿐 사회가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있다. 병원 역시 아토피로 인해 겪게 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피부과적인 측면에서만 일시적인 증상만을 완화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

아토피는 복합적인 질환장애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증상 못지않게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에 대한 이해와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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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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