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빈자리축제 행사 모습. 휠체어장애인들이 많이 참석했다.ⓒ박종태

가톨릭 수원교구청은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시 장안동 한국재활복지대학에서 ‘제19회 빈자리축제 행사’를 개최했다. 빈자리축제는 가톨릭계 내부에서는 잘 알려진 전국행사지만,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행사는 경기지역 곳곳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참석했으며, 특히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많이 참석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개최된 이날 행사는 식전마당, 미사, 어울마당, 장기자랑, 축하공연, 전체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시됐다.

이날 행사에서 편의시설은 문제 삼을만한 것이 없었다. 행사장소인 국립재활복지대학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서 장애인 관련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이전 행사들에서 이동통로가 좁거나 장애인화장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휠체어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원활한 진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옥에 티가 하나 있었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식탁이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식탁이 없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혹자는 ‘지나친 지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소풍을 가거나 야유회를 가서 바닥에 자리를 펴고 맛있게 식사를 한 기억이 있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행사였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참석하는 행사인지라 문제는 달라진다.

이날 식사 메뉴는 국수였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한손으로 국수를 잡고 한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하는 휠체어장애인들의 모습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국수를 내려놓을 수 없어 김치 한 잎 먹을 수도 없다. 이는 이전부터 지적돼왔던 문제인데 올해도 역시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불편하게 식사를 하는 장애인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고 주교님께 건의를 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총책임을 맡고 계신 신부님께서는“대학 내 식당까지 이동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일부러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불편해보이면 직접 식당에서 식탁을 가져다 놓으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자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말이었다.

물론 행사장에는 식탁이 일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비장애인 신자들과 신부님들께서 사용하고 계셔서 휠체어장애인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거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행사에 참석해본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아예 레저용 식탁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모습들을 보면서 오전 미사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장애인들에게 비유하시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낮은 곳으로부터 임하신 예수님의 모습 속에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사랑이 있다”고 강연하신 주교님의 말씀이 스쳤다.

이 행사는 벌써 19회를 맞았다. 사람나이로 치면 이제는 청년이다. ‘조금만 신경을 더 썼다면 보다 좋은 행사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았다. 장애인을 위한 행사인 만큼 장애인의 불편함 정도는 헤아릴 줄 알아야 하지 한다. 세심한 배려로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보다 성숙한 ‘빈자리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횔체어 장애인들이 횔체어에서 식탁도 없이 불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박종태

횔체어 장애인들이 횔체어에서 식탁도 없이 불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박종태

한 장애인 부모가 장애인자녀를 위해 식탁까지 준비해왔다.ⓒ박종태

신부님과 수녀님을 비롯한 내빈들은 식탁에서 식사를 했다.ⓒ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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