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은 한마디로 주 52시간 노동 원칙이다. 5일간 40시간 노동하고 휴일, 시간 외 노동이 붙어도 52시간을 채우면 불법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 의미는 장시간 노동하는 것으로 인한 업무의 비효율성 극복,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안전 유지 등을 위한 조치이므로 매우 타당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필자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 이론을 꺼낸 것은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노동시간에 대한 열쇠가 여기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발달장애인에게도 주 최대 52시간 노동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 중에는 장애 특성이나 건강 문제, 체력적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1일 정규 8시간 노동을 채우기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 그나마 필자는 1일 정규 8시간 노동을 지킬 수 있지만, 100% 효율적인지는 알 수 없다. 효율성에 대해서 검증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발달장애인의 경우 신체 리듬의 ‘사이클’ 현상 때문에 효율이 높은 시간과 효율이 낮은 시간 둘 다 있을 수 있다.

즉,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이상 시간 외 노동을 발달장애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에게 비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된다. 업무 처리 속도 저하나 불량 생산품 발생량 증가 등 비효율적인 업무에 의한 성과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서는 정규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제 노동이나, 당번제 노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요일을 휴무일로 정하지 않고 일정에 따라 비번인 날을 정하여 그 날 휴무하게 하는 방식은 발달장애인에게는 부적합한 업무 스케줄이 된다.

발달장애인 일부는 규칙성이 있지 않으면 효율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경향도 존재하는데, 이를 ‘체계화’ 이론이라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체계가 깨지는 순간 당사자의 상태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어 단순한 작업지시 변경에도 혼동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자폐성장애인 노동자에게 더욱 더 적용되는 이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에는 노동 일정과 시간을 확실히 고정하여 변동성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는 쉬는 날을 무슨 요일로 할 것인지조차 고정할 필요가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있는 발달장애인 고용 카페 ⓒ장지용

실제로 필자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구경하다가, 1층 입국장에서 SPC그룹과 푸르메재단의 합작 사업으로 진행 중인 발달장애인 근속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켰다.

그 시점에는 정상영업중인 시점이라 커피를 주문하여 잘 마셨지만, 언제든지 내걸 수 있는 입간판에 이런 안내문이 있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발달장애인 노동자인 직원들의 사정으로 언제나 9시부터 18시까지만 운영됩니다.”였다.

발달장애인들이 정당한 업무시간에 업무량이 많은 것은 감당할 수 있겠지만, 지정된 노동시간 이외에 추가적으로 노동할 경우 비효율성이 드러나기 쉽다는 계산을 벌써부터 하고 운영시간 정책을 설정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착륙 여객이 들어오는 1층 입국장에서 엄청난 손님을 상대해야하는데, 거기에 장시간 노동을 했다면 돈은 더 벌지 몰라도 발달장애인 건강이나 효율성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그런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렇게 고용 조건이 까다로운(?)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정책인 ‘노동시간에 확실히, 스마트하게 노동하기’ 정책에 답이 있다.

발달장애인 노동자에게 ‘이 시간에 확실하게 일 하고 쉴 시간에 확실하게 쉽시다’는 말은 발달장애인들에게 오히려 노동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들은 필자가 상대적으로 ‘딴전을 많이 피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업무 집중 효율이 우수한 편이 많다. (물론, 이 의미를 필자가 일을 하지 않고 딴전만 피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요즘 트렌드처럼, 야근을 최소화하고 정규 노동시간 안에 확실히 노동하고 쉬는 시간에 확실히 쉬는 전략은 오히려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노동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야근을 해 본 경험이 한국장애인개발원 시절 있었다. 그 다음날 효율이 상대적으로 나빴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거의 1주일 내내 야근을 했을 때는 결국 토요일에 길게 잠을 자야 했을 정도로 고된 노동이었다.

필자의 경험처럼, 주 52시간 노동 정책의 적용 확대 등을 통하여 ‘확실하고 스마트하게 일하기’ 원칙이 많이 보급된다면, 발달장애인의 노동 효율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그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편견일 정도이다.

어찌 보면, 주 52시간 노동 정책은 발달장애인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라 만약 필자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면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고용 규모와 상관없이 주 52시간 노동 정책을 처음부터 의무화 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어차피 발달장애인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노동 정책만한 효과적인 노동시간 원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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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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