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에 관한 황우석 박사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허위로 판명된 이후에도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지지하는 촛불 집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등 줄기세포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바꿔치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벌어진 책임공방에 이어 이젠 줄기세포를 외국으로 밀반출하였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조차 사이버 공간을 떠돌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만큼 황우석 연구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사랑이 지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리라. 마치 사랑하던 연인에게 실연을 당하고 난 후에도 달콤했던 순간들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허망한 애틋함이 베어 있는 듯하다.

한 때 줄기 세포를 이용한 척추 신경 이식 수술 후 운동·감각 신경이 부분적으로 되살아나 ‘앉은뱅이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었다’는 성서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던 언론 기사도 결국 ‘시술 전보다 환자 상태 더 악화’라는 절망적인 기사로 바뀌고 말았다.

며칠 전 군대에서 같이 근무하던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의 아이가 뇌성마비로 인한 보행장애가 있어 나에게 한번 진료를 받고 싶은데 마침 서울로 올라온 길에 나에게 보였으면 하고 원했다.

흔쾌히 약속을 하고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의 병을 고치기 위해 뇌성마비 치료를 잘한다고 알려진 병원이나 기관을 많이 찾아 다녀본 듯 했고 수술까지 이미 받은 상태였다.

집이 지방인데 서울에는 무슨 용무냐고 물으니 서울 강남에 위치한 모병원에서 시행하는 성체 줄기세포 치료 상담차 들렀다고 했다.

‘뇌성마비 환아에게 성체 줄기세포 치료?’

이건 아니다 싶어 귀를 쫑끗한 채 자세히 들어보니 뇌성마비 환아에게도 줄기세포를 혈관에 주입하는 치료를 그 병원에서 시도하는데 성공률이 약 40%정도 된다고 들었고 자신과 비슷한 상담을 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성공률이 50%이상이라고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어찌 이런 비과학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 못할 노릇이었다.

뇌성마비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는 미국 등의 일부 센터에서 동물실험을 시도해보는 단계이며 그나마 실험 결과가 제대로 발표된 적도 없는 초보 실험단계임에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성공률 40%운운하며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가엾은 환자들을 유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 과정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보통 개발에 10~15년 정도가 소요되며 새로운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확신을 구축하기 위해 의학뿐 아니라 화학, 독성학, 약리학, 유전학 등의 다양한 전문조직이 필요하고 특히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있고 사람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엄격한 윤리규정이 적용되며 특히 뇌성마비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약자의 입장에 있는 환자에는 특별한 보호가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 각 병원에서는 임상연구 심사위원회(IRB)를 두고 환자들의 권리와 안전에 대해 위해(危害)사항이 없는지 심사를 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한 상태에서 줄기세포치료를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환자의 신체 및 정신상태를 약화시킬 수 있는 치료에 있어서, 의사는 오직 환자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국제 의료 윤리강령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생명과학자들이라면 누구나 명심 또 명심해야 하는 절대적 규약인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살기 힘든 곳이라지만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사람에게 진짜 지푸라기만 던져주고 몰래 돌아서면 어쩌란 말이냐?

부산에서 태어난 박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소아정형, 사지기형교정 및 뇌성마비 담당교수로 재직중이다.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에서 다리에 생긴 기형이나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이 힘든 이들을 치료하여 장애의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하여 장애와 연관된 여러 질환들에 대한 유익한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또는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홈페이지 : www.hib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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