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우리는 2006년이라는 새 출발점을 출발하였습니다. 누구나 새로운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새 실천의 출발선이기도 합니다. 교과서의 첫 장을 펼치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각자의 소망을 발원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올해도 목표는 높게 잡았으나 초심으로 돌아가 첫발은 크지 않게 내디뎠습니다. 작게 시작하여 하나를 이루고, 그 이룸을 바탕으로 좀더 큰 목표를 다시 세워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떤 목표라도 다다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작이란 공간과 장소, 시간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알 것 갖습니다. 시작이란 새해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고 그 시간이 언제이든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한 일이지요. 시작이란 첫 마음이며, 일어남이요, 포기가 아닌 노력이며, 밝은 희망이기에 시작할 수 있음은 꿈과 희망과 열정이 남아있다는 증표입니다. 사회복지란 명제를 놓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년 열두 달 언제나 초심과 열정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시작을 위하여 어떤 준비를 하였는가 하는 것입니다. 준비 없이 시작하면 어려운 일에 부딪쳤을 때 자신의 빈곤함을 느끼고 헤쳐나갈 힘이 없게 되겠지요. 그렇기에 대충보다는 철저하게 해놓아야 여유있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둘째 질문은 나 자신이 진정 신나서 한결같은 맘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려움이 닥치고, 장애물이 생기거나 생각만큼 성과가 보이지 않을 때, 얼마나 제멋에 겨워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어떤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신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너무 삭막해져 버릴 것 같고 틈이 없이 빡빡한 일상에 여유를 찾을까 하여 몇 년 전부터 연말이면 1년간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신 몇 명의 지인들에게 각각의 이미지에 맞추어 십자수를 놓고, 칠보를 구워 소품을 만들어 카드 대신 보내고 있습니다.

그것을 받은 후 전화로, 문자로, 카드로 작은 시집으로 응답이 올 때면 오히려 내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가끔은 별것도 아닌데 하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내 정성만큼 반겨줄까 의문을 가지면서도 정성을 다한 것이니 결과는 큰 즐거움으로 돌아옵니다. 뇌성마비장애 때문에 다른 이보다 정교한 일을 하기에 힘들고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기에 더욱 반가워하고 소중하게 받아주시는 것도 같습니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셋째 질문은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남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건 내 개인의 일이 아니고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진 일이 되고 모두가 동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 가면 더 큰 꿈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질문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얼마나 의미는 것인가 입니다. 항상 성공만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성공과 실패 둘 다에게 의미를 걸고 시작할 수 있는지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굳은 심지와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고 커다란 다다름에 이루를 수 있습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곧 새해를 맞는 마음이요, 첫 마음으로 1년을 사는 일입니다.

자신이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의 굽은 것을 펴고, 눌린 것을 쳐들어 주는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첫 마음을 늘 간직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새해 아침의 다짐을 하듯이 실천하였으면 합니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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