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되기 전의 데이빗 헬프캇(실존했던 피아니스트)

참으로 신기한 전화 한통화를 지난달 받았습니다. 걸려온 전화는 교보타워 건물관리지부장이 었습니다. 지난 봄 제가 건의하고도 별 기대를 하지않았기에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요.

교보타워를 들어가는 입구는 회전문 두개 뿐 이었거든요. 그 회전문 두개중 하나를 없애고 일반문으로 만들어 9월중 공사를 마무리 하겠다는 내용과 이 건물안에 있는 교보문고에는 휠체어를 배치해 놓았다는 전화였습니다.

또 하나는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의 변화 입니다. 이 건물에서 10년 가까이 들락 거리며 머리가 굳어지지 않으려고 강의를 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교육원의 건물 환경은 좋다고 볼수있지만 장애인 주차 문제는 아무리 해가 거듭되어도 조금의 변화도 없었습니다.

표시된 주차장이 있어도 좁고 협소해서 목발을 꺼내기도 힘들고 빠져 나오기도 힘들어 장애인 주차장은 명색 뿐, 있으나 마나 했습니다.

이번 가을 학기를 맞아 교학실에 가서 그간의 불편한 장애인 주차장 문제에 대해 오목조목 건의를 했습니다.

이런 건의를 해도 삼성연구소라는 명칭으로 되어있는 건물의 관리는 이화대 총무과에서 합니다. 평생연구원 교학실에서 이런 건의를 이대 총무과로 보내면 총무과에서 결정권이 있는 것이지요.

이 건의는 2주만에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장애인 주차장은 노란 장애인 마크와 더불어 주차 자리도 넓고 엘리베이터에 가장 가까운곳에 세 개나 마련 되었습니다. 노란색으로 표시해 달라는 제 건의가 남김없이 이행된 것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감격이 밀려왔습니다.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 했으니까요.

데이빗 헬프캇의 유쾌한 미소 (장애인이 된 후)

교보타워로 건물관리인의 전화에 대해

나는 전화를 받고 너무나 반가워 벌떡 일어나 거실을 왔다리 갔다리 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 우선 놀라웠고 이런 사실을 제게 오목조목 전화로 설명해주는 건물관리지부장의 말에 신뢰를 하고 싶었습니다. 교보타워 건물관리지부장으로서 책임과 약속을 지킨 것도 전대미문의 사건같아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교보타워 건물을 몇 번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들어갈 때 회전문만 두개 있어 몹시 아슬아슬했지만 몇 번은 그냥 지나치다, 지난 봄 전화로 지체가 부자유한 사람을 위시해 임산부 노인 어린이 모두 위험하다는 의견을 건물 관리인에게 제시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건물관리지부장으로부터 들은 말은 확답은 못 드려도 최대한 노력을 하겠노라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건물은 애시당초 외국인을 불러다 설계하였는데 시공을 하면서 건축 당사자들에 의해 설계가 불가피하게 변경 되었다는 내용도 함께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 봄 그 분과 통화하면서 가능하면 교보타워 건물이 그 변화의 선례를 먼저 보여주면 다른 건물에서도 이런 좋은 선례를 구경만 할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런 건의는 사실 우리나라 도로나 지역환경이 열악한 건물은 제외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의에 가장 빠른 개선을 보여준 곳은 역시 삼성이 지은 건물이거나 관리하는 건물이었습니다.그리고 그 환경이나 건물 규모로 볼 때 최근 3년 이내에 지어진 건물이나 리모델링 건물에 대해서 그냥 지나치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뭐'하고 지나쳤습니다. 제가 제 볼일로 들어간 건물이 뭐 그리 많겠습니까요.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며 미비한 문제를 건의 하면 그 건의를 신중히 듣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런 주요한 문제를 묵살하는 경우가 있지만 세상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험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분이 보낸 준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들이 방문하게 되는 공공장소에 한 번씩만 확인해 주어도 좋겠네요"

라고 하는 격려의 글을 받으면서 불편한 사람들에대한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재기에 성공한 데이빗 헬프캇.

Sept,28, 2005 JeeJeon

지전 김종순은 태어나 첫 번째 생일이 되기 바로 전 소아마비를 앓았다. 어릴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지전은 몇 번의 그룹전을 하고 난 후, 그냥 그림 그리는 일이 심심해져서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1000호의 화선지위에 올라타고 앉아 음악을 그리는 일(퍼포먼스)을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지전의 화두는 '청각적 시각, 촉각적 시각'이다. 그녀는 음악을 그리는 일은 새로운 방식의 일이어서 일상에서 거의 유배된 생활 같아 가끔은 마음이 저릴 때도 있지만 많은 예술가들의 삶을 쓰면서 위로 받게 되었다고. 최소한 평등한 인간의 모습을 성실하게 기록함으로써 이웃과 소통하며 그녀가 소망하는 평등한 세상이 비록 희망뿐이더라도 그 표현의 여러 기록중 하나이고 싶기 때문이다. 18회, 19회 미협에서(국전) 2번 입선.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蘭谷書會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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