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6월의 토요일 오후 난 우연히 인터넷을 하다가

상록수라는 모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독서토론회로 출발하다가 글짓기도 하고 특강도

듣고 참 유익한 모임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서 올림픽 평화 공원내에서 백일장 대회를

개최한다기에 설레임으로 찾아 갔다.

일반인과 장애인 대환영이라는 문구가 날 편안하게 해주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못한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을 접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나기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산이라도 하나 준비했을텐데...

휠체어 장애인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자원 봉사자로 함께 가족처럼 사이가 좋아 보였다.

몇 개의 소재가 주어지고 글을 야외에서 쓰게 되었다.

너무나 푸르름이 가득하였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숲들과

파릇파릇한 잔디들이 싱그러움을 더해갔다.

난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수필을 가벼운 마음으로 써 내려 갔다.

절반 정도 쓰고 있었을 때, 갑자기 또 소나기가 쏟아졌다.

나를 포함한 여섯 명의 글짓기 선수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전시관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기로 결정을 하고 그 곳으로 빨리

움직였다.

그러나 그 곳에는 고급 카펫이 깔아져 있었다.

일반인이 왕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바퀴가 달린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들에게 문제가 되었다.

경비원이 앞에서 휠체어 출입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생명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카펫이 더 중요한지...

나는 경비원 아저씨에게 장애인들은 비 오면 안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비를 맞아야 하냐고 따졌지만 자신들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였다.

우리는 경비원의 말에 어쩔 수없이 순종하고 밖으로 나와 비를 피할만한

다른 곳을 찾아 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결국에는 숲이 우거진 처음에 모였던 그 자리로 갔다.

비는 몇 방울씩 떨어졌고 다행히 큰 비는 내리지 않았다.

글을 마무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드디어 완성을 하고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상식을 참석하지 못한 채

공원밖으로 나와야 했다.

오늘 백일장 대회를 통해서 난 또 한 번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미흡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인은 공공장소에서 인권 침해를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 처럼 동등하게 대우를 해 주고 장애인들도 불합리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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