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날 숨을 내쉬면 하이얀 입김이 서린다.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자마자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본다.

구수한 군고마 냄새다.

노오란 밤고구마는 냄새 만큼이나 맛있다.

또 따뜻한 오뎅 국물은 어떤가.

국물 맛이 끝내준다.

오뎅이 가느다란 나무에 매달려 춤을 춘다.

팥을 듬뿍 담고 있는 따끈따끈한 황금잉어빵은

우리의 허기진 배를 공략한다.

군침이 돈다.

조그마한 녀석들이 옷을 벗고 튈려고 한다.

군밤까지 이제 누드를 찍는다.

오렌지빛 조생귤도 슈퍼 앞에서 새단장을 하고

제철이 아닌 딸기가 예쁜 포장에 힘입어

붉은 유혹의 손길을 보낸다.

딸기와 마찬가지로 열대 야자수 곁에 있어야 할

원숭이밥 바나나도 계절감각을 잃고 산다.

다 좋다지만 자취하는 총각이 권장하는 최고의 음식은

辛라면에 신김치 그리고 따뜻한 국물에 찬밥을 말아 먹는 것이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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