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안산장애인종합복지관. <칼럼니스트 박종태>

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시설의 주5일 근무제 꼭 필요한 것인가 묻고 싶다. 지난 11월 28일 저녁에 한통에 전화를 받았다. 정신지체 부모라면서 안산시 어린이집 치료보호시설이 주5일 근무를 실시해 토요일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일용직을 나가야하는데 3만원 받아서 2만원 아이를 맡기는 곳에 주고나면 1만원을 번다고 한다. 일요일도 일이 있으면 나가는데 일요일에는 누나가 있어서 집에서 봐줄 수 있지만 토요일은 걱정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주간보호시설도 주5일 근무인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깜짝 놀랐다. 장애인복지관이 주5일 근무제라니.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물리치료 및 식사는 어떻게 하고. 머리가 무척 복잡하다. 오전9시에 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시설에 전화해 알아보니 어린이집은 토요일에 운영하지 않고, 장애인복지관은 프로그램 운영은 일체안하고 목욕탕만 운영을 한다고 한다.

시청 장애인계 담당계장을 만나서 이야기하니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가만히 있는가라고 항의했다. 또 담당과장과 같이 있던 복지국장을 만나서 차근차근 문제점을 이야기 하니 깜짝 놀라며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말했다. 나도 빠른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돌아왔다.

다시 안산장애인종합복지관에 가서 그곳에 있는 장애인단체에 장애인복지관 주5일 근무에 대해 알아보니 “문제 있다”고 대답했다.

경기도내 14곳 장애인종합복지관의 주5일 근무제 실태를 전화로 조사해봤다. 당직자만 남겨두고 주5일 근무하는 곳도 있었고, 격주로 근무하지만 물리치료 등 장애인 프로그램등은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어느 복지관은 돈벌이에 열중해 수영장, 헬스장만 운영하고 있었다. 정말 한마디로 엉망이다.

복지사도 노동자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도 주5일 근무제 해야 한다고 하면 할말이 없다. 5일 동안 최대한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월급도 작은데 주5일 근무도 못하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사회 전체에 완전히 정착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앞서 나오면서 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 피해가 가는 것은 지역 장애인들이다. 대안 없이 주5일 근무제만 도입하면 어떻게 하는가.

안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금 주5일 근무제를 하고 있지만 작업장은 토요일 1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식당도 토요일은 문을 닫아 작업장 장애인들은 식사도 못한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다른 장애인도 식사를 못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장애어린이치료 탁아시설 어린이집도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다.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도 “주5일 근무는 서비스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이 있기에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니 장애인복지관이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장애인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복지관이나 장애아 주간보호시설이 주5일 근무제를 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수용시설에 보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부모들이 직장에 나가면 아침에 주간보호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에 아이를 데려오면 된다. 이 아이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자랄 수 있다. 생활이 어려운 가정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주5일 근무제를 복지관에서 하면 어떻게 하나? 장애 어린이는 시설로 보내지는 결과가 빚어지는 것이다. 성인 장애인들은 물리치료도 못 받는다.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값싼 식사도 제공 못 받게 된다. 커다란 피해는 중증장애인들에게도 다가올 것이다. 복지관에 가는 장애인들은 가장 고통 받고 정말 어려움 속에 있는 장애인들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복지관이 이렇게 운영이 되기까지 방관만 하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장애인복지관을 건축해서 수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장애인복지관이 주5일 근무제를 하면서 장애인과 장애부모들이 커다란 피해를 받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안한 것이다. 왜 시민들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복지관을 지었는지, 누구를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방자치단체에 그냥 상징적으로 있어야 하는 건물인지 묻고 싶다.

복지사들에게 봉사정신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사는 급여와 수당 등을 받고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는 프로 정신이 요구된다. 어떤 복지사는 토요일에는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적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다.

몇 사람의 장애인이 오던 장애인들을 위해서 토요일도 복지사와 몇 사람의 직원들이 나와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복지관에 나와서 당직만 서고 퇴근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말 장애인복지관과 도·시·군의 한심한 행정에 분노한다. 하루속히 정부도 대책을 세워서 토요일 날의 장애어린이 탁아시설 문제 등을 해결해야한다. 이번 문제도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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