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자녀 감금한 목사 부부의 참회의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들을 위한다는 게 이렇게 또 다른 큰 상처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신지체 장애인인 아들을 쇠사슬로 묶어 가둬둔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목사 부부. 이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지만, 오죽하면 부모로써 그렇게 했겠냐"며 힘겹게 그동안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김 목사 부부가 아들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아이가 한참 커버리고 났을 때의 일이다. 아들이 태어날 때 장애아일 것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만, 점점 아이가 커갈수록 문제가 있다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약간 처지는 듯 했지만, 학교가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선생님께 교육을 받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마음에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하지만, 분별력이 부족한 아들이 이 친구, 저 친구와 자주 다투고 담임선생님도 너무 힘들어했다. 결국 초등학교 입학 3개월 만에 자퇴시키고 특수학교에 다시 입학을 시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수학교 3학년 시절부터 아들이 가출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잦은 무단이탈 때문에 특수학교에서도 거의 포기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거의 매일 가출하다 시피하는 아들을 찾기 위해 모든 가정생활이 마비될 정도였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선물인데' 하는 신앙심으로, '내 아이는 내가 끝까지 보살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다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무도 몰래 가출했다가 서울의 한 파출소로부터 폭행죄로 아들이 감금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때처럼 누구와 싸움을 한 모양이지만, 덩치가 이미 커버린 아들에게는 문제가 달랐다. 범법자가 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아들을 전과자로 만들까 겁이 나기 시작했고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장애인 보호시설에 보내려고 했지만, 그것도 한달에 수십만원이나 들어가는 비용때문에 결국에 포기하고 말았다. 이러는 사이 아들은 집안이나 남의 돈을 가지고 몇 번의 가출을 더 시도했다. 아들은 주기적으로 가출증세가 심해지는 시기가 있었고, 그때는 모두가 자고 있는 밤에 몰래 집을 빠져 나가버렸다. 경찰서에서 절도죄로 잡혀왔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김 목사 부부가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부모가 옆에 있을 때는 함께 자유롭게 생활하며 부득이 함께 할 수 없을 때엔 행동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자유스럽게 행동할 수는 있게 하되 재빨리 사라지지 못 하도록 느슨하게 사슬을 매어 두었다.(노컷뉴스 11월 28일자)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이 장애자녀가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아픔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필자가 돌보던 다운증후군 아동이 도벽이 심해 부모가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하여 이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 아이가 신체적으로 커가면서 부모의 힘으로는 제어가 불가능해지고, 부모의 지시 역시 권위를 잃어가게 됐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통합교육' '사회통합' 등의 언어가 난무하는 현장에서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는 사회적 지지체계의 부족과 정책 부재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게다가 청소년기에 이르게 되면 사춘기 시기에 감당해야할 동일한 문제를 경험한다. 그러나 이는 잘 자랐다는 기쁨 보다는 앞으로 더 성장하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사는 한 이 모든 문제를 부모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부모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부모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를 주장하고, 재가복지를 실천에 옮기는 경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통합교육과 사회 통합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장애정도와 상태 그리고 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 실천에 옮기려는 것은 가족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일과 같다는 사실이다.

시설복지는 시설병(Hospitalism)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가족에게는 오히려 자유와 해방을 주는 제도이다. 이 역시 장애의 정도와 상태를 고려한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정신지체, 발달장애, 그리고 정신장애 등 장시간 누군가의 돌봄이 요청되는 장애인에게는 적절한 양의 시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시설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시설병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아울러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감소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운증후군 자녀가 성장하면서 새롭게 주어지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목사님 부부는 자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하였다. 처음에는 장애자녀를 향하여 다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하지만 목회라는 직업적인 현장이 펼쳐있는 한 덩치가 커가는 장애자녀에게만 매달리는 것을 불가능하였다. 이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결국 장애자녀의 인권에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였고, 지금 그것을 후회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모든 일이 종결을 맺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 처한 부모가 김목사님 부부만 있을까? 상황을 조금씩 다르지만 정신지체, 발달장애, 뇌병변 장애, 그리고 정신장애 등 돌봄의 손길이 계속해서 필요한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동일하게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 부모님들은 동의할 수 없지만, 김목사님 부부의 고통을 십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누구를 비난하거나 정죄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 사건을 계기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지적장애와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자녀들과 가족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를 실질적인 차원에서 연구해야 한다. 이는 매우 시급한 일이다. 단지 치료교육, 재활적인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 장애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이 얼마나 많을까? 김목사님 부부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이러한 모든 부모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다. 돌을 던지기 전에 이들을 위하여 이론적이고 이상적인 대안 보다는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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