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뇌성마비 및 발달장애 학회에서 자신의 삶과 철학에 관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는 프렌치 여사의 모습 (제일 우측).

택시비를 아껴볼 요량으로 숙소에서 학회가 열리는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초행길인지라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간 로스엔젤레스 시내 지도를 봐가며 낯선 길을 따라 걷기를 약 40분, 마침내 학회장에 도착하여 등록 창구에서 길게 늘어선 사람들 뒤로 줄을 섰다.

미국에서는 한국 의사들이 영어 때문에 자칫 무능하고 무식한 의사로 오인받기 십상이어서 귀를 쫑긋 세운채 차례를 기다리기를 30여분, 마침내 순서가 되었지만 나의 사전등록 여부가 확인이 안되니 다시 등록하라는 싸늘한 백인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아무런 대꾸도 못한채 우려했던 무능하고 무식한 한국 의사가 되버리려던 순간 옆을 지키고 있던 또 다른 할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등록을 마치고서야 학회장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국내학회와는 달리 의사, 물리 치료사, 보조기 기사 등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사회 복지사나 뇌성마비 장애인 및 보호자들도 많이 참석하여 관심을 보이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4일간 계속된 학회 기간동안 뇌성마비, 척수 수막류와 발달 장애에 관련된 각종 논문발표가 있었고 뇌성마비의 최신 치료경향에 관한 연수강좌가 이어졌다.

이동이 곤란한 장애여성들을 위한 유방암 조기 진단 및 예방법을 주제로 만든 영상물을 선 보였는데 장애여성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돋보였다.

마지막날 대회본부로부터 특별상을 수상한 프렌치 여사는 1급 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휠체어에 자전거바퀴를 부착하여 장애아동들의 근력을 자연스럽게 강화시키는 특수 휠체어를 고안하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그날 전미국의 장애관련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삷과 철학에 관한 약 20여분간의 연설을 휠체어에 앉은채 떠듬거리면서도 자신있게 끝낸 뒤 300여명 참가자 전원의 기립박수를 받는 장면은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모든 장애아동들은 사회로부터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며 자신이 지닌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프렌치 여사의 교육철학은 낯선 동양인 의사의 낯을 부끄럽게 하였으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늘부터 3일간은 제48차 대한정형외과학회가 서울에서 개최되어 전국의 정형외과 의사들이 모여 지난 1년간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그들처럼 될 수 없는 것인가?

부산에서 태어난 박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소아정형, 사지기형교정 및 뇌성마비 담당교수로 재직중이다.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에서 다리에 생긴 기형이나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이 힘든 이들을 치료하여 장애의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하여 장애와 연관된 여러 질환들에 대한 유익한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또는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홈페이지 : www.hib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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