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로 누가오려는 지요

그런 일일 것이나

낙엽지는 언덕에서

그대 나를 기다리는 일은

바람 불고 노을 지는

그런 일일 것이나

차마 말하지 못한 이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그대 마음이

꽃잎으로 지는 쓸쓸함

뭇꽃이 만발하게 피어있어도

떨어진 그대 꽃잎 하나에

비할 길 없는 외로움

우연처럼 간직해온

바람 불고 노을지는 일에

아픈 가슴이 두려워지는 건

그대 사랑하는 일을

기다리는 일로 바꾸어버린 데 있다.

흩어지면 그만인 한줌 안개 속에서

그리워할 무엇에 그리 외롭지 않은 건

하늘은 내일 일을 잊지 않아

여기가 끝이 아니란 사실에 있다

02. Lejardin(Kevin Kern)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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