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개여사와 마도로스 황.

아테네 한인 교민들 사이에서 ‘물방개 여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있다. 그 이름하여 문유경(52)씨. 올해로 그리스에 정착해서 산지 15년째다.

“왜, 물방개 여사예요”하고 여쭈었더니, 잠시도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얻은 별명이라고 한다. 그 별명에 어울리기라도 하듯 하계올림픽때는 선수단 임원과 기자들을 위해 200개가 넘는 도시락을 손수 싸서 코리아하우스에 날랐다고 한다. 문유경씨 말에 의하면 음식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포장하는 데만도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왜 굳이 이렇게 힘든 일을 자청해서 하세요”하니까 “2002월드컵 때 TV를 통해 한국이 승리하는 것을 보고 진한 감동을 느꼈고, 올림픽이 열리는 여기 내가 살고 있는 아테네에서 직접 눈으로 금메달을 보면 느끼는 감동이 더 클 것”같아서…. 또 "선수단들을 가까이에서 직접 도우며 그 감동을 더 크게 느껴 보고 싶어서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문유경씨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두 딸 모두 프랑스에서 공부를 한다. 큰딸 수영(27)씨는 프랑스 파리 5대학 약학과 본과 3학년이고 작은딸 수진(24)씨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 조형미술과를 졸업하고 다시 관광경역학 1학기에 재학 중인 재원들로 둘 다 4개 국어(프랑스어, 그리스어, 영어,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렇게 딸들의 빈자리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방을 제공하나보니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민박. 사람들을 알아가는 재미와 그리스를 관광 하는 한국인들에게 그리스에 대한 정보를 주고 그리스를 잘 알리고자 하는게 큰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한번 그녀의 집을 방문을 하면 마술에 걸린 것처럼 그녀의 팬이 되어 버린다. 그녀의 유명세는 다시 한국으로 이어져 인터넷 다음카페에 '물사모'(http://cafe.daum.net/Athina)라는 카페가 만들어질 정도니, 그녀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카페회원은 250명 정도로 그리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서로 연락을 하고 있다. 그녀는 가끔 TV에도 나간다. 2001년도에는 KBS한민족 리포트에 '마도로스황과 물방개 여사'로 소개가 되었고, 이홍렬 해피통신에서도 소개가 되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비디오를 찍는 것을 좋아하는 문유경씨는 올해 5월달 KBS '세상은 넓다'에 그리스지역을 찍어 소개하기도 했다.

3년 전부터는 한국 방송국의 그리스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웹 페이지에 칼럼도 기고하고 있는 그녀의 집에는 지금 장애인 올림픽에 취재온 3개 방송사 기자들이 머물고 있다.

문유경씨의 남편 황헌(51세)씨는 1990년. 그리스선박회사 초청을 받고 한국 선원을 관리하는 메니지먼트 관계자로 취직이 되서 가족들과 함께 그리스에 왔다. 현재는 그리스 선박회사의 이사로 ‘그리스 선박업계의 유일한 한국인’으로 수년 전에는 매스컴도 탔다고한다. 황헌씨가 처음 그리스에 올 당시 만해도 아이들의 나이가 12살 9살이었는데….지금은 통역을 할 정도로 아이들이 커버렸다. 얼마전 끝난 하계 올림픽에서 두딸들은 한국의 VIP통역을 맡았었다. 큰딸 수진씨는 이연택 대한체육회 회장의 통역을 맡았고, 수영씨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통역을 맡았었다. 그래서 이번 장애인 올림픽때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럴 기회도 없었고, 경기가 열리기 2달 전부터 한국 측에 여러군데를 통해 여러 번 연락을 했는데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마치 문유경씨가 민박을 하기 때문에 혹 사람들을 끌여 들여 돈벌려고 하는건 아닌가하는 오해를 했던 것인지 많은 것들이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지금 작은 딸은 프랑스에서 그리스로 왔다. 다음주면 다시 파리로 돌아가는 그녀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가 보다. "비장애인 올림픽에서는 6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기 때문에 ID 카드가 나왔어요. 그래서 그때는 선수들과 선수촌에 머물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다른 나라선수들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 때 도와줬었어요"하고 말하는 그녀는 이번 장애인 올림픽에도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애인 선수들 또는 장애인 선수가족들, 응원하러 온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인지….

참 그렇다.

정보가 없이 와서 무조건 ID만 있으면 경기장 안에 들어가 가까이서 선수들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었는데 요리조리 도망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가까이서 찍지 못하다 보니 한계가 있고. 또 경기장 마다 너무 멀다 보니 이동 하는 데 문제도 많았고, 누구하나 옆에서“이렇게 하는 거예요 저렇게 하는 거예요”하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첫날 개막식부터 헤메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좀 어느정도 터득을 해서 알아 갈 만하니까 내일 모레면 경기가 끝난다. 정말 아쉽다. 아무런 정보 없이 온 것에 화가 나고 너무 믿었던 것에 화가나고….

애틀랜타장애인 올림픽때에는 현지 거주하는 한인회에서 자원봉사를 나왔기 때문에 별무리없이 다녔던 것을 생각하고 비싼 자비들여 가며 응원차온 어느 휠체어 장애인은 거의 6일을 비싼 숙소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겨우 수소문 끝에 문유경씨와 연락이 되서 무료로 자원봉사를 해주고 경기장까지 태워다 주고 태워오고 있다. 그녀는 오히려 “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이건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 정말 장애인 올림픽에서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기회가 주어줘서 오히려 우리가 고맙다"고 말하는 황유경씨를 보며 좀더 빨리 이 부부를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민박집전경, 엘리베이터가 있어 휠체어장애인들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

문유경씨나 황헌씨에 의하면 하계 올림픽을 끝내고 먼저 돌아간 몇몇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그리스물가가 비싸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은 시설이 형편없고 불친절하다. 또한 한국 음식점은 맛도 없고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운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잘 모르면서 민박이라는 것에 불신을 갖고 있어서 더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며 이야기를 한다. 문유경씨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 보라며. 올림픽 특수를 맞아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그리스 상인들과 몇몇 한인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며, 모든 인맥을 동원해 그들에게 “제발 한국 선수단에게 바가지 씌우지 말아 달라”고 설득한다고 한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잠시도 앉지를 않고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는 문유경씨를 보며 ‘일에 타고난 사람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필요해요, 뭘 줄까요. 이것도 가져가고, 저것도 가져가고…." 어찌나 통이 크시던지 밥 한솥을 금새 뚝딱 지어 큰 김치통에 담아 주시면서,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버티는 거야”하고 말한다.

문유경씨는 올림픽이 끝나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낼 예정이라고 한다. 나중에 두 딸들 모두 시집보내고 나서 한국에 부부가 돌아와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한다. "좋은 사고방식, 좋은 감정"을 잃지 않는 다면 좋은 사람들은 항상 함께 하기 마련이라며, 약한자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는 그분들께 감사하다.

멀리 아테네까지 와서 이렇게 이야기만 해도 좋은 사람 할력소가 되는 사람이 늘 주위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방개 아줌마!!

별명처럼 바쁘게 많이 활동 하시구요. 그리스를 방문하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정보 주시고, 좋은 인연 많이많이 만드세요.

***문유경씨가 운영하는 "글라파다 민박집" 홈페이지에 가면 그리스 관광에 유용한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athens.netian.com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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