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시절, 지팡이를 사기 위해서 수색까지 갔어야 했다. 유모차를 타고 갔던 나는 목발을 사가지고 힘겸게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나는 유모차 없이 걸을 수 있다는 기쁨보다 과연 목발을 짚을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목발로 인하여 겨드랑이가 상처 투성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부풀고, 피가 나고, 찢어진 겨드랑이를 보면서 가족들은 모두 한 숨을 쉬었다.

고2 후반기가 되어서 가족들은 또다른 결론을 냈다. 보조기를 사러 가자는 것이었다. 보조기. 궁금한 상태로 보조기 상사가 즐비한 신문로로 발을 옮겼다. 나는 거기에서 놀라운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나의 다리가 휘어져 있었던 것이다. 체중을 한다리로 버티다 보니 그 다리가 이미 심각한 정도로 휘어져 버린 것이다. 이 때 보조기를 맞추시는 분은 이렇게 말했다. " 적어도 초등학교 2-3학년때에 왔으면 다리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기재활, 조기개입을 하지 못한 결과는 지금 나의 몸을 더욱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있다. 단지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할 다리 마저도 더욱 불편한 다리로 만들었다는 것, 이로 인하여 나의 긴 인생은 더욱 힘겨워질 수 밖에 없었고, 지금 그 고통은 가중되어 가고 있다.

결국 개입시기를 놓친 나는 나의 몸을 관리할 시기를 놓쳤을 뿐 아니라 거의 방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마땅히 할 만한 운동을 찾지 못했던 나는 수영을 선택했지만, 수영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그러한 운동 조차 정지되고 말았다. 몸이 불편할 수록 더욱 몸을잘 관리하고 잘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그 말은 남은 건강이라도 건강할 때 더욱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다.

20여년 전 부터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운전면허증을 땄다. 그리고10여년 전 부터 중고차를 구입해서 차를 운전하기 시작하였다. 운전은 나의 기동력을 극대화 시켰다. 갈 수 없는 곳이 없었다. 재가 장애인을 방문할 때에도, 지방에 강의를 하러 갈 때에도 차는 나의 부실한 다리를 대신한 튼튼한 다리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 고민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나마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져녁 놀이 지고 있는 한강 고수부지를 바라보면 희한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체어맨, 볼보, 그랜져, 랙서스 등의 고급 차량을 타고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하차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뛰기 시작한다. 등에 땀이 나도록 뛴다. 그들은 건강을 유지 하기 위해서 뛰고 또 뛴다. 어느 정도 운동이 끝나면 타고 온 차를 다시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생각한다. 차라리 머지 않은 집에서 부터 뛰어 나와 운동하고 뛰어서 집으로 가면 더욱 건강에 좋을텐데….

그렇다 나는 다리가 불편해서 차를 이용하지만 그나마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어 다리는 운동 부족이 되고, 이는 다리로 하여금 조금만 걸어도 고통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게다가 다리로 인한 운동 부족은 내 몸의 전체의 운동부족을 야기시켰다. 자가용을 이용한 이 후 부터 나의 체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기 시작했다. 밤마다 계속되는 회식,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에서의 음식 역시 나의 체중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했고, 빨리 빨리 음식을 먹는 습관도 나를 무겁게 하였다.

지금도 고민한다. 체중관리를 잘 해야지, 몸짱을 만들지는 못해도, 나의 삶을 위해서 몸관리를 잘해야지. 문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한강 고수부지를 걷는 누구처럼 차를 끌고가서 땀을 흘리며 지팡이를 짚고 걸어다녀야 하는가? 휘어진 다리를 더욱 휘어지도록 사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가? 차라리 절단이라도 해서 의족이라도 착용을 할까? 이 역시 더욱 불편을 가중시킬텐데….

우리 장애인(長愛人)들은 체중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더욱 몸관리에 노력해야한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의 몸을 전적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손목관절에도 이상을 초래하게 되고, 이것이 심하게 되면 휠체어에서 화장실, 침실로 이동하는 일에 더욱 큰 고통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다시 한번 시도하련다. 운동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하다 못해 상체를 이용한 맨손체조라도 개발해서 매일 땀을 흘리려고 한다. 하반신을 이용한 운동이 부족한 나는 상체를 많이 움직여서라도 땀을 흘려 몸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장애인(長愛人)들은 자기 몸을 잘 관리해서 더욱 고통이 가중되는 몸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몸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신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주 움직여서 몸관리를 할 때 그나마 남은 건강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될 것이다.

몸짱 장애인(長愛人)을 만나는 그 날을 위해.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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