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슈라이너 병원

지난 5월 10일 지방의 유력 일간지에 [충남도, 美 슈라이너병원 시술대상자 모집]이란 제하에 충청남도 주관으로 내년도 미국 LA슈라이너병원 시술대상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이 난 적이 있다. (슈라이너병원: 미국의 소아정형외과 전문병원이며 전액 기부금으로 운영됨)

그에 따르면 생활하기가 어렵고 장애가 심해 국내치료가 곤란한 18세 이하 어린이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에 따른 치료비와 병원비는 미국의 슈라이너 병원에서, 보호자를 포함한 항공료와 체재비 등 기타 경비는 도가 부담하고 있다고 하고 현재까지 도내 40명의 아동이 이 병원의 무료시술을 통해 완치됐으며 5명의 어린이가 현지 병원에서 치료중이며 13명은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생활이 어려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웠던 장애 아동들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런 가엾은 아이들을 왜 우리 스스로 추스리지 못하고 머나먼 이국땅까지 보내야 하나?”하는 자책감과 더불어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국내 소아정형외과의 의료 수준이 구미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높아져 있음은 매년 개최되는 미국 소아정형외과 학회에서도 확인되듯이 국내의료진의 의술로도 미국 슈라이너병원 못지 않는 치료효과를 기대하여도 좋을 것이다.

다만 생활이 어렵고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지 못하는 공공의료정책의 부실로 인해 우리의 가엾은 아이들이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파란 눈의 외국 의사들로부터 자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현 참여 정부는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보건의료 확충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건 복지부에서도 2009년까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4개 권역에 국가가 지원하는 어린이 전문병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250여개의 어린이 병원이 있는 미국이나 27개의 어린이 전문 의료시설이 이웃나라 일본에 비해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복지 선진국으로서 어린이 보건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어린이 전문병원이 확충돼야 한다. 다른 선진국처럼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 의료시스템과 어린이 전문병원이 들어서고 지속적으로 확충될 때 비로소 국민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게 됐음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슈라이너 병원 같은 의료기관이 설립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리만 된다면 [美 슈라이너병원 시술대상자 모집]과 같은 부끄러운 신문기사는 이제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소아정형, 사지기형교정 및 뇌성마비 담당교수로 재직중이다.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에서 다리에 생긴 기형이나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이 힘든 이들을 치료하여 장애의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하여 장애와 연관된 여러 질환들에 대한 유익한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또는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홈페이지 : www.hib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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