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러나 장애인들이나 장애인 캠프를 주최하는 측에서는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한다. 장애인들이 마음 편하게 쉬고,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된 캠프장이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산타모니카비취에 간 적이 있었다. 모래사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바로 거기에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바다에까지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었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가를 즐기는 일에도 장애인에게 장애가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애인들이 여름이면 각단체에서 주최하는 캠프에 참석하고 있다. 다만 숱한 고생임에도 불구하고, 가는 캠프장이다. 필자도 약 4-5년 간 장애인 캠프를 주최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 4-500명과 자원봉사자 4-500명이 있어야 캠프는 시작될 수 있었다. 따라서 약 1,000명의 캠프를 진행하기 위해서 재정적인 마련과 자원봉사자(자원봉사자도 회비를 지불했다)와 아울러 1,000명이 숙박하면서 캠프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500명의 장애인은 다양한 연령대의 장애인, 다양한 범주의 장애인으로 각양각색을 이루었다. 이들은 모두 재가장애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부터 시작해서 보장구사용법 등에 관하여 모든 것을 가르치고 알려주어야 했다. 하지만 캠프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야외에다 이동용 화장실, 세면실을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게다가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해야 했다. 동시에 무대를 만들고, 조명시설을 설치하는 등 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또한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캠프 진행자 역시 태부족이었다.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는 다양한 단체들에게 요청했지만 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에 장애인과 함께 하는 레크리에이션 경험이 없어서 다시금 직원을 중심으로 캠프를 진행해야 했다.

하여튼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준비하면서 시작된 캠프이지만, 일년에 한번 외출하는 장애인, 어떤 장애인은 일생에 처음 외출하게 되어서 기뻤다는 고백을 통해서 많은 수고는 기쁨으로 승화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원시적으로 캠프를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도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을 데리고 콘도를 빌려서 캠프를 가려고 한다. 그러나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콘도 역시 거대한 시설이지만, 수영장에 접근하는 것,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식당을 활용하는 모든 부분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준비된 곳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장애인복지는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한다. 이는 여가를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가와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 일반인들이 바다로 산으로 가고 있을 때, 집 안에 갇혀서 집을 지켜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의 모습이다. 장애인과 함께 산과 바다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여건이 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여름! 장애인들을 위한 관광지가 도처에 펼쳐져 있어서 장애인 가족들이 “어디로 가야 할까?” 즐겁게 고민하는 날이 속히 다가오길 고대한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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