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화장실이 없어 임시로 변기위에 의자를 갖다 놓은 모습.

지난 5월 16일 천주교 청주교구 장애인주일 제7회 하나되게 하소서 어울림 한마당 축제가 청주 충북대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일요일이라 쉬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어떤 행사인지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안산에서 출발했다.

이날 행사는 장애인들에게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행사였다. 미사 후 펼쳐진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큰 공 굴리기, 릴레이, 볼링, 바벨탑 경기가 펼쳐졌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는 팽이치기, 훌라후프 돌리기, 인형뽑기, 오목 알까기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마당이 진행됐다.

충청대 피부미용학과 학생들의 페이스페인팅 자원봉사, 미술공예, 장애인생산품 전시, 발 마사지, 가훈 써 주기, 장애인식 개선 프로그램 전시 등의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또 장애아동과 부모님이 함께하는 내 마음대로 족구, 장애체험, 팥 주머니 던져 넣기 등 행사와 양업고교 댄스동아리 초청 공연, 성심농아재활원 수화공연, 통기타 가수 민봉현과 그룹사운드 창세기의 한마당 행사가 펼쳐졌다.

청주시가 후원하고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주관으로 펼쳐진 이날 행사에서는 장애인, 비장애인, 행사진행요원 등을 모두 합해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의 주례로 장애인 주일 기념미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제7회를 맞은 하나되게 하소서 어울림한마당 즐거운 축제에 정말 불편한 옥에 티가 눈에 들어왔다.

체육관내에는 이층에 남자 화장실이 있고 지하층에 여자 화장실이 있었다. 계단이 9개씩이나 됐다. 휠체어를 타고는 화장실에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었다. 계단이 괴물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서 행사 주최 측은 합판을 계단에 대고 미끄러지지 말라고 합판곳곳에 나무를 댔다.

충북대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면서 휠체어에 4명씩 달라붙어서 밀어주고 하는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 휠체어에 탄 중증장애인들의 모습도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남여 화장실에 장애인 화장실도 없고 양변기도 없어서 임시로 변기위에 양변기 형태로 갖춘 의자를 갖다놓은 모습에 나는 입에서 ‘아악’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휠체어 중증장애인이 용변을 볼 수가 있단 말인가’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은 계단에서 학생들이 들어 올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정말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체육관입구 계단 옆에는 경사로가 있고 마당에는 주차장도 있어서 체육관 입구에 들어서면 아무런 문제가 없이 보이지만 체육관에 안에 들어가면 화장실입구에 계단이 있었고, 게다가 장애인 화장실은 없었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충북대는 국립이다. 장애인 학생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학생은 체육관 이용을 할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총장님께 묻고 싶다. 장애인들을 위해서 체육관을 빌려주고 배려한 점은 고맙게 생각하고 칭찬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총장님이 한번 오셔서 장애인 한마당 축제에서 장애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셨으면 한다. 어떻게 7년 동안 이런 곳에서 행사를 했는지, 장애인들의 불편을 보면서 어떤 대책도 없이 행사를 했는지 의아스럽다.

행사를 한번하면 많은 고생을 하는 책임자나 직원들의 고충을 모르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말없이 고생하면서 장애인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꼭 해결책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충북대에서 체육관을 빌려주지 않을까하는 것이 걱정이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 이런 문제를 덮어 버리고 지나칠 수가 없어서 개선을 촉구하면서 조심스럽게 글을 쓴다.

그날 행사 때도 청주교구 가브리엘 장봉훈 주교님(천주교 주교회회 사회복지 책임자)께서 미사 강론시간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 감동적이고, 새겨들어야 할 말씀을 하셨다. 강론시간에 나는 자꾸만 화장실 입구 계단 그리고 화장실 쪽으로 자꾸 눈길이 가고 있었다.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에게 “수고가 많았고,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이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이것은 잘못됐고, 꼭 고쳐야 한다”고 전했다.

휠체어 탄 장애인들에게 화장실 이용에 불편이 없는 지를 물었더니 “굉장히 불편하다. 화장실 가기가 겁난다. 3년간 참석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북대에서 장애인 축제를 위해서 체육관을 빌려주었으면 중증장애인들이 불편을 격지 않도록 계단과 화장실을 고쳐서 장애인들은 아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충북대에 더욱더 감사함 마음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내년 8회 어울림 한마당 축제 때에는 이런 모든 불편 없이 행사를 하였으면 한다. 중증장애인들이 참석하고 싶어도 분명히 화장실 때문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있다. 시설은 꼭 고쳐야 하고 우선 중증장애인들을 위해서 임시로 간이 장애인화장실을 빌려서라도 설치했으면 하는 좁은 소견을 제시해 본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돌아오는 걸음이 무겁고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화장실 이용할 때 불편해 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많은 휠체어장애인들이 꼭 계단과 화장실을 고쳐달라고 신신당부하는 모습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화장실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만들어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어울림 한마당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고치도록 해야겠다. 나의 숙제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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