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상이 비에 자주 젖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난 즐거움보다는 불만이 많아진다.

우천으로 야구경기가 취소되고 우산을 쓰고 밖에 나갔다가

옷이 다 젖곤 한다.

장마철에 눅눅한 곰팡이 냄새를 싫어하고 잘 마르지 않는

실내에 널부러진 빨래들도 힘이 없어 보인다.

비가 오는 날 내 친구는 혼자서 전을 지져 먹었다고 한다.

외로움과 고독을 반죽해서 후라이팬에 부쳤겠지.

혼자서 달래는 비오는 날의 오후는 고즈넉하다.

사람이 필요하다.

숨결이 그립다.

함께 호흡하며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간절하다.

수다 떨며 한바탕 웃어주고 허공에 대고 나의 생활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인생은 공허하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고스톱을 칠 사람 적어도 나를 포함한 두 사람 정도는

비오는 날에 필요하다.

요즈음 슬럼프가 계속 되고 있다.

무료하고 삶이 너무 정적이다.

야구장 가서 악이라도 질러대야 좀 나아질 것같다.

기계적인 만남도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

인생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누군가를 만나도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기쁠 수 없다.

웃다가도 심한 침묵이 흐르고 다시 분위기가 살아나다가

또다시 침몰하고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난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1년간 감옥살이를 대신 해주면 5천만원을 일시불로 준다며

빵잡이 해 볼 생각 없냐는 어처구니 없는 제안도 받아보고 산다.

그리고 아파트 한 채와 월 300을 보장하는 고철 영업도 있다.

심한 유혹의 손길에서 난 무시한 채 내 갈 길을 갈거라고 못을 박았다.

지금 물론 나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건 돈이다.

누구나 그 돈이란 녀석을 부르고 있을 것이다.

생활비에 적금에 엄마 용돈에 동생 결혼식에 이자에...

돈이 정말 몇 십억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해 보고 살았다.

로또라도 한 방 맞으면 하는 요행수도 바란 적도 순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돈도 결혼도 내 직장도 아니다.

나.소중한 나의 삶을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느냐는 고민이다.

잃어버린 내 얼굴이라는 책을 한 권 딸랑 내놓고서 난 지금껏

무엇을 하며 살았냐는 것이다.

살기위해 생존을 위해 책을 팔았을 뿐이다.

잃어버린 내 얼굴 그리고 마침표...

그 마침표를 찍고서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인생은 ing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게 인생이다.

제 2탄을 구상하면서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까 고민했었다.

잃어버린 내 얼굴에서 다시 찾은 내 얼굴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패배주의와 허무주의를 노래하다가 이젠 장애를 딛고

희망을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아름다운 인생을 노래하리라고

다짐했다.

잃어버린 물만두 또는 잃어버린 돈까스도 괜찮아.

코믹스러운 나의 부분도 들추어 내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 개그맨으로 날렸던 전적이 있었던 나였는데

요즘은 뭔가.

나이 먹었다고 유머도 안되고 웃는 횟수도 줄어들고

노환으로 허리가 안좋고 두통이 심하니...

기발한 아이디어의 고갈 그리고 순간 재치와 순발력의 실종으로

내가 요새 힘든가보다.

내 가치관이 흔들리고 철학의 부재 그리고 밑바닥에 구멍 하나

크게 뚫려 있는 듯하다.

나를 다시 발견하고 나를 다시 찾고 내 표면의 얼굴은 비록 31년 전에

잃어버렸지만 내 마음의 얼굴을 잘 가꾸어 나가야 겠다.

내 인생의 목표를 어떤 가치에 둘 것인가?

나를 위해 투자하고 나를 위해 쓰는 돈은 아름답지 못하다.

남을 위해 작은 것을 내놓을 수 있고 남과 더불어 살아갈 때에

진정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내 일상에서의 변화된 모습으로

나의 삶을 제대로 경영해 나가야겠다.

언제나 내 앞에 물음표는 따라 붙는다.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가?

내 주위의 썩 좋지 않은 상황과 배경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혼재속에서

난 단순히 살아남기 보다는

제대로 살아남아 보려고 한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제품중에서 뇌성능이 그리 우수하지 않지만

집념과 끈질긴 의지와 투혼으로 이 세상과 맞서

승리하고 성공자의 웃음을 보이리라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