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지요

파아란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가리우던 그 어느 날.

거리에는 떨어진 낙엽이 뒹굴고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땅바닥에는 해일이 일고

나는 잠시 멈춰 있었습니다.

하나 둘씩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것

사람의 생에서

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요

어제도 그렇듯이 내일도 그리할 것인데

오늘 그 아픔을 잊지 못하여 잠시 서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사랑!

그 진부해 보이던 단어가

오늘은 왜 이리도 사무치게

가슴 속 깊이 박혀 튀어 나오지 않는 것인가요

사랑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을 더 좋아하던

나에게

아직도 사랑으로 아파하는 여린 마음이 있었던가 봅니다.

아마 그래서

거리를 걷다가 돌부리에 채여서 넘어졌지요

가방은 저 멀리 도망가 버리고

나를 버텨주던 목발도

향방 없이 부숴졌지요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아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였기에

PASSION

열정과 고통.

나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저주할 수도 축복할 수도

없는 나의 삶을

종종 지팡이를 짚고 방황하는 이들을 볼 때면

그 속에 남아있는 나를 지우느라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그 자리를 떠나지도 못한 채

하지만

이제 다시 발을 옮기려고 합니다

마치 걸음마를 시작하는

어린 아해처럼

세상의 빛을 처음 본 어린 생명처럼

더듬거리며 뒤뚱거리며

땅바닥으로부터 떨어지는 훈련을 시작합니다.

언제가 완전히 뛰어올라 땅을 밟지 않는

그 날을 향해서

이젠

땅거미가 온 땅을 가득 덮게 되었습니다.

저 검은 구름 아래

회오리 치는 바람과 아울러

메아리 치는 함성의 소용돌이

그리고 또 그곳을 떠나는 그리고 다시 태어나는

구름 위에 있는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무엇이 구름 아래서 일어나고 있는 지를

이제

밝은 아니 뜨거운 햇살이

나를 감싸 안아 올리고 있습니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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