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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에서 시각장애인으로…'이영호'씨

"앞은 보이지 않지만 기타 선율 만큼 마음은 편해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4-03-19 13:39:37
 거실에 앉아계신 모습. 에이블포토로 보기 거실에 앉아계신 모습.
“저…출판사죠…”
“네 그런데요, 어디시죠”
“네…저는 김진희라는 사람인데요. 이영호 선생님과 인터뷰하고 싶은데, 연락처 좀 알 수 있을 까요?”
“잘 모르겠는데요.. 혹… 어디어디로 해보면 알 수 있을 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뚜뚜~
알려준 곳으로 전화를 또 했다. 그러나 받지를 않는다.

그래도 이왕 전화를 했는데…예쁜 목소리는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남겼다.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따르릉∼∼ 전화가 왔다.

“메시지 남긴 사람 좀 부탁합니다.”
“아.. 네.. 제가 전화한 사람인데요. 뭐 좀 여쭤보고 싶어서요. 혹, 이영호님 전화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허허.. 가르쳐 줄 순 있지만....내가 가르쳐줘도 아마 인터뷰하기 힘들걸요. 여기 서울에도 없고 지방 가 있는데. 지난번에 어떤 기자가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는데, 그 기자는 인터뷰 거절을 해서 못했다고 하던데.. 일단 알려는 주는데...그 다음은 알아서 하세요.”
“넵.. 감사.. 감쏴합니다.”

031-XXX-OOOO 띠리릭 띠리릭..
“네, 이영호 입니다.”
우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어떻게 무슨 말부터 꺼낼까..
“저…안녕하세요. 장애인 인터넷 신문 에이블에 칼럼을 쓰고 있는 김진희라는 사람인데요.. 저기요.. 선생님을 한번 뵙고 싶은데.. 시간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사실은 저도 장애를 갖고 있거든요.. 시간이 허락하시면.. 찾아뵙겠습니다.”
“음..그래요. 그럼, 어디 어디로 몇 시쯤에 와요.. 근데 어떻게 오죠.. 움직일 수는 있어요..? 불편할 것 같은데”
“네.. 움직일 수 있구요.. 찾아뵙고 인사드릴께요.”
야호…신난다..

드디어 약속한 날…
이영호 선생님 집을 찾았다. 워낙 길치라.. 코 앞에 집을 두고도 한 30분은 더 헤맸나 보다. 그 바람에 길 여쭤보느라고 전화도 수십번을 더 했다…(얼마나 웃으실까..덜렁덜렁 댄다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할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신다.
이영호 선생님의 어머니시란다. 어찌나 정정하시던지.. 연세가 80이 넘으셨다고 하는데…피부 관리며 몸매 관리도 잘 하신 듯 하다.
버릇없다.. 아니 당돌하다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여쭈었다.
“저.. 할머니 혹..피부관리.. 아니면 주름 제거하셨죠. 헤헤헤”
허허 웃으신다.. “이 나이에..아니야..그런 거 안해.”

이영호 선생님이 방에서 나오시는 데..헉..가슴이 멈춰 버리는 줄 알았다.
내가 잘못 선생님에 대해 알고 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어..여기 앉지.”
“네”
“진희씨는 어디가 장애야. 오는데 많이 힘들었지.”
“아..네.. 저는 의족 장애인이구요.. 엉.. 근데요.. 제가 인터뷰하러 온 건데… 꺼꾸로 제가 인터뷰 당하면 안되잖아요. 제 이야기는 담에요…호호호”

이렇게 이영호 선생님과 나는 편안하게 쇼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영호 선생님에 대해 많이들 아실 것 같아서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1970년대 <어제 내린 비>로 시작해서 14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이장호 감독의 동생이라면 더 잘 아실거다. 실명하기 전 영화배우시절 이야기와 삶을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아 요즘 근황만 쓰려고 한다.

이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몇 년 전부터 클래식 기타를 시작했다고 하신다. 왜 많은 악기중에 하필 기타냐고 여쭈었더니 “환갑 때 독주회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라고 말씀하시면서.. 로망스부터 제목은 잘 알 수 없지만 귀에 익은 감미로운 음악들을 들려주신다.

이 선생님 말씀은 이렇게 기타를 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거 같다. 듣는 나도 몇 곡을 들었는지 시간이 얼마큼 흘렀는지도 모르는데…기타를 치는 사람이야…더할 나위 없을 게다.

악보는 녹음 도서를 듣고 나서 연습을 한다.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기타를 붙잡아야 그나마 그거라도 있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하신다.

 기타치는 모습이 무척 잘 어울린다. 에이블포토로 보기 기타치는 모습이 무척 잘 어울린다.
지금 사시는 집은 작년 6월에 이사를 왔다. 서울의 탁한 공기만 마시다 이곳에 오니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그렇게 다를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이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창문너머로 멀리 보이는 산과 탁 트인 것이 정말 좋게 느껴졌다.

“장애인 극단도 하셨는데.. 요즘 극단 일은 어떠세요”하고 여쭈었더니 “장애인 극단을 유지한다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야. 연극이라는 것은 좋아하고 재미있어야 하는데…몇 년씩 지나고 나면 재미를 못 느끼고 힘들어 해. 그러다 결국은 포기하게 되지.”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배우들이 목소리만 듣고 연습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한계를 느끼게 되어 싫증을 느끼게 되고 또 생활이 되어야 연극도 하는 건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그만 두게 되고 각자 갈길 들을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만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쉽다. 말로만 장애인 비장애인 함께 한다고들 하는데. 실질적으로 장애인 문화와 예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공간과 그들이 맘 편히 공연에만 열중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정부에서 적극적인 후원과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요즘 이 선생님은 공식적으로 ‘희귀질환 연맹’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모임은 아주대학교 김현주 교수를 비롯해 유전자 공학 교수들과 함께 하고 있는 데 이곳에서 홍보대사로 봄, 가을 심포지엄과 음악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인 돈은 희귀 질환 환자들을 위해 쓰여진다.

난, 이 선생님께 실례인줄 알면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으세요?” 했더니 “우리는 장애 때문에 당장이 힘들고 불편한 거지 괜찮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뭘.. 지금 이 모습은 힘들지 않아”하신다.

그리고 가끔은 서울에 있으면 공기도 나쁜데다가 햇빛 자외선 때문에 눈이 아프고 눈물이 저절로 주루룩 흐르는데, 통영에 있으면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통영에 내려가 눈도 안정 시킬 겸 그곳에서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눈은 서서히 나빠진 거라 5배의 확대경을 보면서라도 글을 쓰고 읽을 수 있어 그렇게 크게 불편하다고 느끼진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건 아마도 몇해 전까지 모 방송국에서 5년 동안 일하시면서 원고보고 작업하고 또 자서전까지 쓰시면서 시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이제는 원고 부탁이 와도 아주 할 수 없단다.

빛은 구별이 되는 데 물체가 파악이 안 되서 방향감각이 없고. 지팡이가 있어도 못 가고 누군가 옆에 꼭 있어야 한다고 한다.

선생님께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으세요?” 했더니..
“음.. 이건 그냥 생각인데..나중에 미국에 가면 시각장애인 교사를 양성하는 학교가 있어. 그곳에 가서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고 싶어. 그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정보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그곳에서 부딪혀 보고 싶어서”라며 여운을 남기신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선생님의 학구열은 대단하다. 자서전 “보이지 않는 삶이 더욱 소중하다”에서 말하듯 어떤 삶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삶이 행복 또는 불행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래,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이 선생님 건강하시구요.
저두 언제 통영에 가면 회와 매운탕 주시는 건가요?


칼럼니스트 김진희 (ukorth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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