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春雪)
내릴 때는 나풀대는 나비같더니
풀잎 뒤에 숨었던 아침이슬보다도
빨리 지는 님
살포시 가슴에 앉더니
한줌 눈물이 되더라.
매화꽃 고운 시절에
가난한 영혼의 등불로 내린 님
고작해야 반나절의 목숨
아지랑이로 피었다가
금세 사라질 생일지라도
언제나 님은
영원한 원형의 그림자
눈앞에서 나풀대던 나비인 양
귓가를 스쳤던 바람소리인 양
처음엔 그져 님이었던 것을
수식없는 가슴으로 맞은 님
봄꿈에서 깨지도 않아서
다시 보낸다.
춘란이 꽃을 피우면 반가운 소식이 오거나, 기쁜 일이 생긴다고 했던가요?
친구가 잠자리 날개 같은 모양을 한 꽃대들이 보이더니 꽃망울을 터뜨린 춘란 소식을 꽃샘바람 편에 실어보냈습니다.
여인의 깊은 향기 같은 춘란의 향기는 여전히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니 이제는 가슴으로 향기를 맡지 말아야 할까 보다고 합니다.
산책길에 매화꽃 한 송이 따가지고 와서 찻잔에 띄우니 거실엔 매화향기로 가득하고,
지난 2주전 춘설을 묵묵히 맞고 섰던 매화꽃이 꽃샘바람결에 어지럽게 지는 모양이 꿈속인 듯도 하고, 분분히 날리는 꽃일들이 마치 그 날의 봄눈 같다 합니다.
자신도 꽃샘바람 앞에 매화 꽃잎처럼 떨며 지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러다가 봄눈처럼 스러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올해도 봄을 타는 것 뿐인데 말입니다.
올 3월엔 꽃샘추위가 유난히도 매섭습니다.
꽃샘바람이 잦아들고, 매화꽃 모두 질 즈음엔 옹이 진 늙은 감나무에도 물이 오를 터, 꽃샘추위가 아무리 매워도 의연하게 꽃을 피우고 옹이 진 가지에 새잎을 돋게 하는 봄처럼 살아야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