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 갈 때 마다 계단이 있는 장애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곤 한다. 그리곤 그 옆에 폼잡고 있는 리프트를 바라본다. 5-6년째 보건복지부를 방문하면서 리프트를 제대로 사용해 본 것은 2-3회에 불과하다. 작동하려고 하면 늘 수리중이었다.

수리중이 아니면 동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최근에 리프트를 타면서 이를 도와주던

관리인과 함께 꽤나 기뻐했던 경험이 있었다. "어이구 움직이네요" 물론 지팡이를 짚은 나는 리프트를 타면서 안정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올라가는 속도도 매우 느렸지만, 올라가면서 심적으로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과연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면 어떨까? 상상하나 마나였다. 그것은 극도의 불안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KBS 방송국에서 개최되는 열린 음악회를 보기 위해서 거대하게 세워진 엘리메이터 형 리프트를 타려고 하였다. 보턴을 눌렀다. 단2층이었지만 리프트가 작동하는 시간은 기다리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인내를 요구하였다. 매우 서서히 내려오고, 천천히 문이 열리고, 그리고 서서히 닫히면서 운행이 되었다.

나와 함께 타려고 했던 비장애인들은 "왜 이렇게 느리죠?" 나는 "비장애인들이 답답해 해서 못타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었겠죠!"라고 궁색한 대답을 만들어냈지만, 속이 답답하기에 매한가지였다. 서울신학대학교의 예배때 설교를 하기 위해서 방문했었다. 새로 지은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는 기분은 묘할 정도로 신비한 것이었다. 지팡이를 짚은 나(설교자)를 초청한 교수님은 리프트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리프트는 상시 운행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리프트를 작동하는 분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리 쉽게 찾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예배 시간이 다가오면서 나는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예배가 성공리(?)에 끝난 뒤, 나는 다시금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오려고 하였다. 그 때 "리프트를 타시죠"라는 당당한 음성을 듣게 되었다. 예배가 끝날때 까지 리프트를 관리하시는 분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리프트에 몸을 실었다. KBS만큼은 아니었지만 느리기는 매한가지였다. 나는 종종 리프트를 타면서 이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생각을 못하다가 결국 대체적인 도구로서 리프트를 세운 것은 아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매리스 칼리지에서 연수를 받은 기억이 난다. 대학 교정은 매우 넓고, 컸다. 건물들은 2층짜리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학교가 비탈길에 놓여져 있어서 그런지 건물에서 건물로 이동하려면 가파른 길을 지나야 했다. 나는 휠체어에 몸을 실고, 이 교정 전체를 어떻게 구경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을 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그러한 고민은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알게 되었다.

2층밖에 안되는 건물 안에는 각기 휠체어를 타고 360도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건물과 건물을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다 못해 제일 언덕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저 높은 곳에서 저 낮은 곳까지 휠체어로 모두 접근 할 수 있었다. 결국 Universal Design이 표현된 공간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는 단지 물리적인 공간의 혁명이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정신적 공간, 그리고 모든 사람을 고려한 가치관의 혁명을 증명해 보인 것이었다.

우리처럼 비장애 성인만을 고려한 건물을 지어낸 뒤, 후에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임산부,노인, 그리고 어린아이를 생각해 낸 뒤 그에 대체적인 처방으로 건물을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본질적인 접근을 해 낼것인가?

2층짜리 집, 5층짜리 빌라 등 6층이라는 제한을 벗어나서 편의시설을 도무지 설치하지 않는 주택건립의 현장에서 부터 장애인용 화장실을 창고로 사용하는 모습들, 그리고 장애인 스티커를 도용하여 멀쩡하게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하여 지체장애인들로 하여금 방황하게 만드는 일들은 언제쯤 그 종국에 이르게 될 것인가?

이제 우리는 시작부터 본질적인 접근을 하도록 하여야만 낭비되는 요인들 제거하고 생산적인 노력을 경주하게 될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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