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플을 이용하여 하지의 변형을 교정하고 있는 방사선 사진

국내의 연구진이 사람의 난자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들어내 ‘과학적 쾌거’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던 즈음 필자는 다리의 변형으로 수술예정이던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항의성 메일을 받고 병원의 불평불만 해결센터로부터는 그 사유를 보고하라는 연락때문에 적잖이 당황한 적이 있다.

문제의 발단은 어린이의 하지에 발생한 변형을 교정하기위한 ‘스테이플’이라는 의료용 금속 장치때문이었는데 이것은 1940년대 미국에서 성장기 아동의 하지변형을 비교적 간단히 교정하기위해 개발되어 현재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금속 내고정장치이다.

(스테이플이란 이름은 생긴모양이 ‘ㄷ’ 모양의 철심으로 서류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문구용 스테이플과 비슷하여 붙혀진 이름으로 휜쪽의 한쪽 성장판에만 고정시켜 변형을 교정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구조로 만들어진 의료장치를 사용하기위해 의료기 수입업체 몇군데를 알아보니 한결같이 재고가 없어 당분간은 사용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사용량이 적어 수입을 하지 않아 재고가 없다는 궁색한 변명 뒤엔 수지타산을 앞세운 얄퍅한 장사속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최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해 어린이 환자수가 감소되어 사용량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겠으나 팔아봤자 남는 것도 없다는 냉정한 경제 논리에 애꿋은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소아정형외과를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욱 속이 상하는 일은 이런 스테이플외에도 소아 정형외과 영역의 수술에 꼭 필요한 장치들을 수입하지 않아 갈수록 사용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수술을 하지 않을 순 없어 제품을 자체 개발을 해서 쓰려고 해도 개발에 참여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에 반하여 허리 디스크 환자에서 병든 디스크를 바꾸는데 쓰이는 인공디스크는 시술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임상적인 측면에서 장기적인 예후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그 시장이 넓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업체는 업체대로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고 병원은 병원대로 환자를 유치하고자 언론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를 모르는 환자 입장에서는 의학적으로 세계적인 업적를 이룬 우리나라에서 간단한 철심조차도 구하지 못해 수술을 제때 못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첨단의술이니 세계최초니 하는 화려한 수식어에 가려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소중한 것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수지타산을 따지는 장사속이 의료 현장에까지 깊숙히 파고드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박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에서 소아정형, 사지기형교정 및 뇌성마비 담당교수로 재직중이다. 장애 아동에 대한 배려가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는 현실에서 다리에 생긴 기형이나 뇌성마비로 인해 보행이 힘든 이들을 치료하여 장애의 정도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하여 장애와 연관된 여러 질환들에 대한 유익한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또는 그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다. ◆ 홈페이지 : www.hib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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