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처럼 깍아놓은 듯한 이미지의 허희선 선수.

한시간 정도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 김해 공항에 도착 했다.

허희선 선수와의 약속시간은 오후 12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나는 마중 나온 회원의 도움으로 경성대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허 선수에게 전화를 했다.

“ 허선수, 어쩌죠.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는데…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저 지금 학교 안에 들어와 있는데...”

“ 네..지금 앞으로 나갈께요”

경성대에서 꽤나 유명한 허선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학교 식당으로 나를 안내 했고, 우리는 커피 한잔씩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사진보다는 실물이 더 멋있었다. 키도 크고 이목구비 뚜렷하게 잘 생기고…

전국체전 후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을 것 같아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꺼내게 한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기까지 했다.

허선수 말로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라 사람을 무척 가린다고 한다. 해서 처음부터 너무 딱딱하게 질문 답식으로 주고 받는 것 같아 내 소개부터 했더니.. 오히려 꺼꾸로 허선수가 나에게 이것 저것 질문한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20분 정도 지났을 까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고 나는 자연스럽게 허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아시다시피 허선수는 이미 많은 신문과 뉴스에서 보도가 되었듯이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창던지기에 출전해 한손으로 창을 던져 감동의 은메달과 MVP라는 영광까지 얻었다.

그일로 허선수의 인기는 폭발해서 전국 체전에 참가한 각 실업팀의 1순위 스카우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울산시청과 익산시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해 졸업을 앞둔 허선수에게 이보다 기쁜일이 있을 수는 없다.

지금도 인기를 한 몸에 받는 허선수는 많은 장애인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 선수들에게도 용기가 되고 있다.

허선수의 장애는 세살때 형과 장난하다 여물 써는 작두에 그만 오른쪽 손목 아래로 잘리는 사고를 당해 생긴 거라고 한다. 그래서 물어봤다. “ 허선수는 지금 의수를 안하고 있는 데 의수를 착용해 보고 싶지 않아요. 음..그리고 어렸을 때는 손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 데..친구들과도 잘 어울렸었는지도 궁금하고…?”

“ 저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말수가 적고,내성적인 성격이기는 했지만 내 장애에 대해서 숨기거나 ‘손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 해 보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의수를 해야지 하는 생각도 안 해봤구요, 앞으로도 의수는 하지 않을 생각 입니다. 왜냐하면 의수 때문에 오히려 창 던지는데 중심을 못 잡을 수도 있거든요.”

유난히 운동을 좋아한 허선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중,장거리 선수로 운동과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타고난 운동신경과 성실성까지 겸비했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중거리 육상 선수로 뛰기도 했는데, 일반 선수들 보다 쉽게 체력이 떨어지는 터라 운동을 포기해야 할 처지였다. 그렇다고 그 좋아하는 운동을 포기 할 수도 없고, 고민 고민하던 허선수가 내린 결론은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 달리기 대신 창던지기로 종목을 바꾼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전향한 창은 허선수에게 있어 자신의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잘 할 수 있는 종목 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창던지기가 만만한 운동은 아니었다. 허선수는 남들처럼 웨이트 트레이닝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훈련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체육학과 학생으로 오전에는 수업을 받아야 했고, 오후에는 3∼4시간씩 맹훈련을 했다. 그렇게 남들보다 10배 100배 피나는 노력을 한 허선수는 지난해 9월 부산 그랑프리 국제대회서 자신의 최고기록(77m33)을 세우면서 4위에 올라섰고, 전국체전에서는 75m57의 높은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 했다.

비록 은메달에 머물긴 했지만, 허선수는 金 같은 銀메달로 전국체전서 MVP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올2월. 경성대를 졸업하는 허선수는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해 한국신기록을 세울 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하며, 마지막으로 같은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허선수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다.“장애를 굳이 숨기려 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갖은 장애를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하다고 사람들을 피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그 여건에서 열심히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어느새 허선수와 만난2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지만, 대화도중 나는 허선수의 강인한 의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보다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국내 정상급 창던지기 선수로 우뚝 선 허희선 선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허선수에게 ‘파이팅’ 박수를 보낸다.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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