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오늘 시험 봤다

너무 준비를 못해서 이번에 보지 말까도 했었는데

내가 시험 본다는 거 엄마가 알고 있던 일이여서

그냥 강행군 했지

그렇지 않아도 걱정을 했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시험 장소가 3층인거야

내가 접수를 시킬 때 편지를 썼거든

휠체어 장애인 이니까 1층으로 배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야

말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그게 문제가 되면 시험 치지 말라는 식이야

아무런 응답이 없더라구

치사하지만 내가 참아야지 어떻하겠어

난 장애인들이 많이 응시했기를 바랬는데

내 눈에 단 한명도 띄지 않더라구

오히려 다들 나만 쳐다보는 거 있지

상혁(오빠 아들)이가 와서 휠체어 3층까지 들어올려줬어

시험 내내 기다렸다가 다시 내려주고 갔지

엄마가 왜 손자를 귀하게 여겼는지 알겠더라구

오늘 옛날 생각 많이 했어

나 시험 치는 날은 우리집 식구들 총 출동하는 날이었잖아

3층, 5층까지 업어서 나르느라구

시험도 참 많이 쳤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그땐 내 원서를 받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학교 측에 불평 한마디 못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야

4층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하고

장애인에 대한 무배려를 탓하지 못했다니까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건지

엄마 없이 시험을 본 건 처음 이여서

좀 이상했어

앞으로는 엄마 없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엄마 시험에 붙으면 한턱 낼께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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