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모든게 헤프다. 남이 누가 아껴주니

너 하나 속이는 건 식은 죽 먹긴데-

그땐 '그까짓 걸 누가 속여'했었는데

정말 솔솔 없어지네

소금, 커피, 새우젓, 마늘짱아찌....

없는 사람 주는 건 괜찮아

하지만 내가 부엌에 나갈 수 없다고

몰래 퍼주는 게 싫은 거야

어쩜 장애인 이여서 못움직인다고

그걸 이용해서 사람을 속일까

엄마,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난 직접 가서 못본다고 사람 방에 앉혀놓고

버젓이 속이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그건 나쁜 일 이기 전에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잖아

좋아 속아줄 수 있어

그쯤 속는다고 크게 손해볼 것 없다구

하지만 엄마가 제일 좋아하던 새우젓을

마음대로 퍼주고

엄마가 담궈놓은 마늘짱아찌 함부로 없애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어

그건 엄마꺼잖아

엄마 살림에 손대는 것도 싫은데

손상을 입히다니...

그건 저승에 있는 사람이라고

깔보는 거잖아

이승에 있었으면 깍듯이 물어보고 했을텐데

귀신도 속이는데

장애인 속이기야

더 쉽겠지

근데 집에서 속는건 아무 것도 아냐

사회가 장애인을 공공연하게 속이고 있는데뭐

우린 언제까지 속고만 살아야 하는지

너무 화가 나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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