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차례 때 왔었어?

올캐언니가 정말 정성껏 준비하는 걸 보고 감동했어

엄마 하고 언니도 어쩔 수 없는 고부간 이였는데 말야

그동안 엄마가 기회를 안줬기 때문에 잘 못하는 것 처럼 보였던 거야

엄마도 그 점은 반성해야 해

엄마는 그저 못미더워서 그냥 놔두라고만 했잖아

잘 하던 못하던 기회를 줘야 한다구

오빠하고 올캐 언니가 연휴 기간 내내 보초 서고 있는데

싫은 내색 안해

불편할텐데

오빠는 낮에는 운동 간다고 휙 나가버린다

아무튼 남자들은 소용 없다니까

토란국 보니까 아버지 생각 나더라

아버지 토란국 무척 좋아하셨잖아

토란 사다가 집에서 다듬느라고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어 손목까지 뻘게 졌었는데

근데 백화점에서 산 토란 이라서 크고 보드랍더라

그래서 맛있게 먹었어

아버지 계실 때 백화점 토란 한번 사드릴껄 하고 후회했지

송편 보니까 엄마 생각 많이 나더라

엄마 송편 정말 캡이였는데

엄마 랑 송편 빚던 그절로 돌아갈 순 없을까

난 한손으로 빚여도 언니들보다 예쁘게 빚는다고 칭찬을 했었는데

그러면서 엄마가 꼭 하던 말이 있지

-몸만 성했으면 살림꾼 이였을텐데-

올해는 송편 샀는데

내년에는 집에서 빚여야겠어

엄마 송편 하고 똑같이 빚어볼려구

비가 오네 또

가뜩이나 쓸쓸한 기분인데 비까지

엄마 없는 명절은 명절이 아니라

제사날일 뿐이야

빨리 연휴가 끝나고 일을 해야지

엄마도 잘 지내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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