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없는데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려야하는 엄마 생일 날

난 또 눈텅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울었다우

엄마는 자식 많이 낳았으나 소용 없어

엄마 생신 제사를 지내러 절에 간 사람은 오빠와 나 달랑 둘 뿐이였으니까

너무 잘 나게 낳아 서울에 없잖아

머리가 훌렁 벗겨진 늙은 아들과

걷지 못해 망부석 처럼 앉아있는 딸이 고작인

엄마 신세가 불쌍해서인지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 거야

아니 어쩜 내 신세가 더 처량해서 였는지도 모르지

아냐 스님의 염불 소리가 너무 구성졌기 때문일꺼야

부처님 앞에 가면 뭔가 한가지 소망은 빌게 되는데

난 아무 것도 빌지 않았어

이상하게 소원이 없는 거야

마음이 정말 비워졌나봐

작년 엄마 생일이 생생히 떠올랐지

그날도 잘난 자식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은행으로 돈이나 붙이구

선물 꾸러미나 놓구 홀랑 가버리구 말았지

엄마는 그게 편하다구 음식하면 힘들기만 하다구

애써 서운함을 감췄었어

난 화가 나서 조카한테 문자 메세지를 날렸지

전화하면 엄마가 듣고 쓸데 없는 짓 한다구 야단치니까

-할머니 생신인데 늦더라도 꼭 들려라-

장조카가 케익하고 할머니 좋아하는 감을 사와

엄마의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지

그때가 밤 11시였어

엄마는 촛불도 불어서 끄고.. 어린 아이 처럼 좋아했었는데

그게 마지막 생일 파티 였다니

그럴줄 알았으면 자식들 다 모아놓고

성대한 잔치를 벌이는 건데

정말 후회해도 소용 없는 건 효도라더니

근데 스님이 뭐래시는줄 알어

엄만 자식 잘 둬서 돌아가신 후에도 생신상 받는다구

복이 많으시데

생전 말이 없던 오빠도 한마디 하는 거 있지

-네가 효녀다-

아냐 불효자는 웁니다가 딱 맞아

난 지금도 울고 있거든

이놈의 눈물은 언제나 마를껀지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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