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이 결혼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마치 특별한 뉴스거리처럼 떠들어댄다. 그것이 더군다나 장애가 심한 중증장애여성과 비장애남성과의 만남일 경우에는 그 관심도의 강도가 엄청나다.

장애여성은 하루아침에 신분상승한 신데렐라가 되고 그녀와 결혼한 비장애남성은 전무후무한 영웅으로 추앙 받는다. 그리고 방송사들은 그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장애여성에게 있어 비장애남성과의 결혼은 그야말로 '팔자 핀 여자'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바로 매스컴에서 더욱 조장하고 있다.

장애여성이 비장애남성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만을 보여줌으로서 비장애인들이나 장애여성 스스로에게 그 이상의 행복이 없는 듯이 보여지게 만든다.

사회에서 성공한 장애극복 신화는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에 장애여성들은 '여자 팔자는 뒤웅박팔자'라는 전통적인 관념을 그대로 적용시켜 남성의 후광으로 빛을 발하는 모습만을 부각시킨다.

이것은 장애여성이 스스로를 의존적인 존재로 여기게 만드는 매우 그릇된 행위이다. 가정에서 무시와 억압에 시달리는 장애여성들은 자신의 새로운 삶의 가치를 남성에게서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왜 매스컴은 장애여성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가? 왜 궂지 결혼이라는 매개체만을 장애여성 행복의 척도로 판단하는가?

이 모든 모순들은 남성주의 사고방식에 의한 실속 없는 행위들인 것이다. 남성의 존재만이 여성을 승화시킨다는 의식에서 철저히 깨어나야 한다. 영화 오아시스의 모순점들은 그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스컴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종양처럼 퍼져있다. 매스컴은 더이상 장애여성에 관한한 '비장애남성 파라다이스'를 조장하지 말라.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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