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아이에게 행복을 가르친다. 사회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녀의 삶이 일반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불행하게 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나는 내 아이에게 사회적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나름대로의 삶에 긍정성을 일깨워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와 나와의 삶이 결코 불행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에 나는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행복의 기준은 대체 누가 정해 놓았는가? 휠체어를 타는 장애여성의 몸으로 아이와 단 둘이 살아가는 것이 반드시 불행하다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나는 아이에게 말한다 "우리는 참 행복하다!" 내가 이미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 말하는 나나 듣는 아이나 서로 행복해진다. 이것이 바로 행복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내가 장애여성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기에 불행하고 그러한 엄마 밑에서 자라나는 아이는 또한 그래서 불행하다는 그런 논리는 나는 참으로 우스울 뿐이다. 한 번은 아이가 외할머니 앞에서 엄마와 같이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우리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정색을 하시며 "어디가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하셨다.

당신 딸의 삶을 불행하게 여기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엄마야 말로 그런 말씀 하시지 말라고 우리가 행복하다는 게 뭐가 이상하냐고, 그런 생각 버리시라고…. "

사회가 정해놓은 행복의 잣대는 참으로 얄팍하다. 행복에는 조건이 없다. 단지 사회가 정해 놓은 틀로 인해 그 틀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소외되는 것일 뿐….

바로 그 소외 계층을 만드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회가 소외계층을 만들어 놓고서 불행하다고 낙인 찍는 이 모순을 어찌할 것인가?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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