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의 오솔길

힘들고 어려울 때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 있듯이 가야할 길 위에 길은 보이지 않고 막막함만 가득할 때 읽으면 위로가 되어주는 시가 있다.

박노해님의 시 "굽이 돌아가는 길"이 바로 그런 시이다.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이 시는 초등학교시절부터 30년 동안 우정을 간직해 온 친구가 멀리 미국에서 한 달에 한 두 번 음악메일에 담거나 디지털카메라에 여러 모습들을 담고 직접 낭송을 해서 음성메일로 보내주는 시 중의 한편이다.

내가 보낸 메일 속에 힘 들다는 나의 푸념이 섞여 있는 날에는 안부인사 대신 오는 답장이기도 하다. 이제는 외울 정도로 자주 받는 시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시이다.

사람이 살면서 힘든 고비를 넘기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 힘든 시기가 지나고 나서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 기억 속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있다.

휘어 자란 소나무가 멋있고, 굽이굽이 흘러간 강물이 정답고, 물 따라 강 따라 흘러간 길이 아름답듯이 우리의 삶도 어렵고 힘든 과거가 아름다운 현재를 만들어 주고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시절의 집까지 따라와 놀리던 짖궃은 장난이, 중년이 된 지금은 변치 않을 우정이 되어 위로가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친구의 말처럼 어린 시절에 그렇게 나를 따라다니며 놀리지 않았다면 바보같이 일그런 표정을 지녔지만 공부는 곧잘 했던 아이로 밖에는 기억이 안되었을지도 모른다.

친구는 박노해님의 시를 통해 인생이란 굴곡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그래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늘 말을 해주고 있다. 나 또한 그 시를 읽을 때마다 의기소침해진 생활을 가다듬고 친구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지금은 성숙하지 못한 나의 시들이 이 다음에라도 누구에겐가 삶이 힘들어질 때에 돌아서고 싶어도 주저하지 말고 가야하는 이유를 일러주는 그런 시이기를 기도한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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