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켤지 모르는 작은 등불 하나를

가슴에 안고 사는 벗이 있습니다.

화려한 만남보다는 소박한 만남이 좋은 벗은

등불 밝히고 함께 걸어갈 또 다른 벗을 기다립니다.

언제 걷힐지 모르는 어둠 한 자락을

가슴에 덮고 사는 벗이 있습니다.

남 모르는 그리움을 조용히 삭힐 줄 아는 벗은

그 어둠 위에 떨구는 눈물 한 방울로

조금씩 아름다워집니다..

어떤 말인지 알 수 없지만

꼭 하고 싶은 말 한마디

가슴에 담고 사는 벗이 있습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것이 사랑의 말이라는 것을 아는 벗의 눈 속에서

그 말은 맑게 빛납니다.

미움이 될 수 없는 미움 하나를

가슴에 갖고 사는 벗이 있습니다.

용서받아야 할 일 한가지 또한 간직한 벗은

결국 그게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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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열매 맺을 씨앗 하나

가슴에 심어 키우는 벗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참을 줄도 알고 기다릴 줄 아는 벗은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한결같은 맘으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열매로 맺어갑니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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