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에는 나이테가 없다.

천살 나무나 한 살 나무나 무엇이 다를 것이 없다.

굵은 가지를 지나 간간이 달린 작은 가지 끝에 하나씩

분홍빛 꽃 둥글게 필 즈음이면

못생긴 모습대로 한자리에 사는

권 선생 부부가 그립다.

아무나 볼 수 없는 모과꽃이 펴서

전생에 지중한 인연으로 마음의 한자리에

물처럼 흐르고 깨달음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어제를 돌아보는 것이

험한 고개의 중간쯤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일이라는 것을

권 선생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가느냐고 말하는 게 아니란다.

길 없는 길 끝에 서본 사람이면 안단다.

나이테 없는 나무가 사람 드문 곳에서

찰나에 피고 지는 꽃을 본 사람이면 안단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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