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지났습니다.

2003년도 며칠 남지 않은 지금,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내게도 감사해야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합니다..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의 한 관습입니다.

이웃에게 어떤 형태로든 애정과 우정, 고마움을 표시하는 건 좋은 일이며, 감동적인 일입니다.

고마운 모든 이웃들에게 정성 들여 포장한 선물꾸러미를 하나씩 들고 찾아뵈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부픕니다.

보답의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면 즐거울 수 있는 일인 줄 알면서 선뜻 주지 못하는 것이 또한 선물입니다..

내 감사의 마음이 작은 선물 하나에 보상받기를 기대하는 일이 어쩐지 염치없고 미안스럽게 여겨지고, 이웃들이 내게 베풀어준 애정과 우정의 크기는 선물의 물질적 값과 크기로 잴 수 없는 일인 까닭입니다.

요즈음은 선물의 참의미를 잃어버리고, 선물다운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갑니다.

뇌물이니, 대가성 자금이니, 당선사례금이니 하면서 상상을 초월한 돈이 왔다갔다하고, 수백 만원짜리 선물들을 쉽게 보내고 받는 하는 비뚤어진 선물의 모습도 보이는 게 요즘입니다.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소식들이 "어찌 한정된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라고 느낌표를 찍으며 내가 주려고 하는 선물이 초라해지고, 당혹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는 수백만원자리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아닌 이웃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을 미안스러워하고, 쑥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이루어갑니다. 그 고마워하는 마음은 가슴 속 깊이에서 발효되어 정이 넘치는 우리 사회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다른 해보다 경기가 안 좋다고 야단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마음이 더 춥고 움츠려 들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돌아볼 겨를도 없어,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 모자가정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심해집니다.

올해는 가슴속에서 발효되고 있는 그 마음들을 꺼내어 널리 나누면 좋겠습니다.

움츠린 이웃에게 감사했다고 말 한마디의 인사와 작은 정성을 전하기도 하고, 내가 이웃에게 받은 사랑과 도움에 대한 고마운 선물을 다른 이웃들과 사랑으로 나눠야 하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언 마음을 녹이는 따스한 연말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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